“노동시장 충분히 취약해졌다”…美 데일리, 12월 금리 인하 지지에 파장 커져
현지시각 기준 24일, 미국(USA) 샌프란시스코에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최근 약화 조짐을 보이는 노동시장을 근거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의 온도 차를 드러내며, 국제 금융시장과 주요국 중앙은행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일리 총재는 2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시장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을 볼 때 우리가 이를 해낼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해 고용 여건이 예상보다 더 취약해졌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데일리 총재는 특히 노동시장 리스크를 “비선형적 변화”, 즉 갑작스러운 악화 가능성으로 규정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현재 충분히 취약해진 상황이어서 비선형적 변화(갑작스러운 악화)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지금까지의 점진적 둔화가 한순간 급격한 악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런 발언은 연준이 고용 최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목표 가운데 당분간 고용 안정에 더 큰 비중을 둘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가 측면에서 데일리 총재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기 도입된 관세 정책의 영향에 주목하며,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이 올해 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완화됐다고 밝혔다. 관세발 비용 증가세가 진정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어느 정도 완충되고 있고, 현재로서는 노동시장에 비해 물가 측면의 위험이 덜하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판단 아래 데일리 총재는 정책 결정에서 노동시장 악화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일단 관리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연준 내부 논의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고용 방어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 총재는 올해와 내년 FOMC에서 표결권을 행사하지 않지만, 연준 내 주요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된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미국 서부 지역을 관할하며 실물경제와 기술·금융 혁신 관련 데이터를 폭넓게 축적해 온 만큼, 그 수장이 내놓는 견해는 시장 기대와 정책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연준은 오는 12월 9∼10일 예정된 FOMC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수준을 둘러싼 내부 의견 차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기와 고용 지표 흐름을 고려해 현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하자는 동결론과, 노동시장 약화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인하론이 이례적으로 치열하게 맞서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12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21일 “가까운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본다”고 발언해 금리 인하 지지 신호를 보낸 이후, 시장의 예상은 동결에서 인하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12월 FOMC를 앞둔 기준금리 결정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지표 간 온도 차가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뿐 아니라 유럽(EU)과 일본(Japan)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연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달러 자금 흐름과 각국 통화 가치, 채권 금리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노동시장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개월간의 통화정책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다음 달 발표될 고용과 물가 지표가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12월 FOMC에서 연준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데일리 총재를 비롯한 비투표권 인사들의 우려가 실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