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외부 갑판에선 구명조끼 의무”…국회, 해양안전 5개 법안 처리
해양 안전을 둘러싼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다시 맞붙었다. 어선 안전과 양식업 질서, 해양환경 관리까지 포괄하는 법 개정이 한꺼번에 처리되면서, 현장의 부담과 안전 강화 요구가 교차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일 어선안전조업법과 양식산업발전법 등 5개 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안들은 어선 승선자의 구명조끼 착용 의무를 강화하고, 양식시설물 실명제 도입, 선박평형수 전자 관리 등 해양 관련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손질하는 내용을 담았다.

핵심인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은 어선에 승선한 사람이 외부 갑판에 있을 경우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어선 사고 발생 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승선자의 수색과 구조에 반복적으로 어려움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시행된다.
외국인 어선원 관리 체계도 정비된다. 지금까지는 해양경찰청,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외국인 어선원 정보 확인 시스템과 법적 연계 근거가 부족해 출입항 신고 과정에서 외국인 어선원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정 어선안전조업법은 관계기관에 외국인 어선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출입항 단계부터 신원과 정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어업 현장과 해역 질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양식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양식업 질서 확립을 목표로 양식시설물 실명제와 불법 양식시설물 즉시 철거제를 도입했다. 앞으로 모든 양식시설물에는 소유자 등의 정보가 표시돼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 양식시설물에 대해서는 현행 행정대집행법 절차를 거칠 때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지적을 반영해,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보다 신속하게 즉시 철거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통해 불법 시설물 정비 속도를 높이고, 합법 양식업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해양환경과 관련한 법령도 함께 개정됐다. 선박평형수 관리법 개정안은 선박평형수 관리기록부를 전자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양수산부는 전자 기록 도입으로 기록·보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점검과 감독 과정의 신뢰성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양환경관리법 개정안은 해양오염 방지관리인의 재교육 이수 의무를 명확히 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재교육 의무의 범위와 대상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던 문제를 법률 차원에서 정리해, 제도 운영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도 수산업 현장의 구조 조정을 의식한 방향으로 정비됐다. 업종별 수산업협동조합의 해산 사유 가운데 조합원 수 요건을 기존 15인 미만에서 7인 미만으로 완화했다. 수산업 인구 감소와 어촌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과도한 해산 압박을 줄이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법 개정들의 의미를 해양 안전과 질서 확립에서 찾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법 개정을 통해 어선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정확한 외국인 어선원 정보 확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어선 사고 감소와 불법 양식시설 정비, 해양오염 예방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의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법령 운영 과정에서 개정안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돼 법률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향후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시행과정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해양 안전 규제 체계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