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위치도 실시간 추적한다…육사 동물관리에도 스마트 기술 부상
군사시설 안에서 관리되던 사슴 한 마리가 외부로 빠져나갔다가 약 1시간 만에 무사히 복귀한 사건이 동물 관리 체계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군과 대학 캠퍼스, 도시 공원처럼 반개방형 공간에서 관리되는 동물은 단순 울타리와 육안 감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예기치 못한 탈출과 도로 진입 위험이 상존한다. 업계에서는 GPS 기반 위치추적 장치와 생체 신호 센서, 인공지능 영상 분석을 결합한 스마트 동물 관리 시스템이 향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육사 교정에서 관리 중이던 사슴 한 마리가 제2정문 인근 통제 시설 틈으로 빠져나가 외부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출입구는 서울여자대학교 방향으로 연결된 구간으로, 군 시설과 도시 생활권이 맞닿아 있는 위치다. 경계 인원과 관제 요원이 이동 장면을 포착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물리적 포획에 실패하면서 2차 안전 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사건이 외부 신고 단계로 번진 것은 사슴이 인근 도로 주변으로 접근하면서부터다. 차량 이동이 있는 구간에서 사슴을 목격한 시민이 신고를 접수했고, 소방 당국은 장비 차량 2대와 인력 10명을 투입해 주변 안전 확보와 사슴 회수 작업에 나섰다. 사슴은 육사 정문 일대와 인근 공원 주차장 주변을 오가다 배수로 인근에서 발견됐고, 소방대는 마취제나 포획총 같은 직접적 제압 수단 없이 이동 경로를 차단해 자연스럽게 학교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후 2시 28분께 사슴은 다시 학교 부지 안으로 복귀했고,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나 시설물 파손은 보고되지 않았다. 육사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즉각 차단이 어려운 물리적 구조와 돌발 이동 특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상황은 동물 개체 수가 많지 않은 환경에서도 단 한 번의 탈출이 도로 사고·군사 보안·시민 안전 이슈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개방형 환경에서 IT·바이오 융합 기술의 도입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는 동물 목 주변에 부착하는 저전력 GPS 위치추적 목걸이가 있다. 위성 신호와 근거리 통신 기술을 활용해 개체별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설정된 가상 울타리 경계선을 넘을 경우 즉시 관제센터에 경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저전력 광역 통신망과 결합하면 배터리 교체 주기를 수개월 이상으로 늘릴 수 있어, 군사시설이나 대규모 캠퍼스에서도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생체 신호 기반 모니터링 기술 접목도 거론된다. 동물의 심박수, 체온, 활동량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센서를 부착해 이상 행동 패턴을 조기에 감지하는 개념이다. 평소 동선 데이터와 비교해 갑작스러운 고속 이동이나 지정 구역 이탈 패턴이 감지되면, 관제 시스템이 위험도를 자동 산출해 경계 인원에게 우선순위 높은 경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은 축산업에서 가축 질병 조기 발견과 행동 분석에 이미 활용되고 있어, 군이나 공공시설 동물 관리 쪽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영상 분석 인공지능 활용도 주목된다. 기존 CCTV는 단순 녹화 중심이라 관제 인력이 화면을 계속 주시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 기술로 사람과 차량뿐 아니라 사슴·고라니 같은 특정 동물까지 구분해낼 수 있다. 출입구 주변과 펜스 라인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을 AI가 실시간 분석해 동물의 탈출 가능 행동을 포착하면, 물리적 탈출 이전에 경고를 보내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때 과도한 오인식과 허위 경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 환경에 맞춘 학습 데이터 구축과 알고리즘 튜닝이 필수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기술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일부 주립대와 공원관리 당국은 캠퍼스 사슴과 야생동물에 RFID 태그와 GPS 장치를 부착해 도로 진입을 최소화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유럽에서는 철도 선로 주변 야생동물 충돌을 줄이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와 AI를 결합한 탐지 시스템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시스템이 동물 접근을 감지하면 열차 운행제어 시스템과 연동해 감속을 유도하는 식이다. 이런 기술은 공항 조류 충돌 방지, 도로 로드킬 감소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ICT 기반 야생동물 관리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중이다. 일부 도로 구간에는 적외선 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한 로드킬 경보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고, 국립공원 일부 지역에서는 GPS 목걸이를 통해 멧돼지·곰 등의 이동 패턴을 추적해 탐방객 동선과 분리하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예산 제약과 데이터 인프라 부족, 주기적인 장비 유지보수 인력 문제 등으로 대규모 확산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번 육사 사례에서도 비슷한 기술 인프라가 구축돼 있었다면 대응 양상은 달라졌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슴에게 GPS 목걸이가 부착됐다면 탈출 직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군 내부 인력만으로 회수 작전을 신속히 수행할 수 있고, 도로 접근 전에 우회 동선을 차단하는 등 보다 정밀한 통제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관제 시스템과 연동된 스마트 출입 통제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면, 사전에 위험 상황을 감지해 통제 시설 보완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
다만 동물 대상 위치추적과 생체 데이터 수집에도 윤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준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물 복지 관점에서 과도한 장치 부착과 스트레스 유발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고, 군사시설 및 공공기관에서 축적되는 위치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보안 리스크로 전이될 소지도 존재한다.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암호화, 접근 통제, 익명화 같은 보안·프라이버시 기술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향후 군사시설과 캠퍼스, 공원 등에서 동물 개체를 관리하는 기관 사이에는 관련 솔루션을 둘러싼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T 기업과 바이오 센서 업체, 보안 시스템 업체가 협업해 맞춤형 통합 관제 플랫폼을 제안할 여지도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심과 맞닿은 폐쇄형 시설이 늘어나는 만큼, 동물 관리 역시 디지털 전환 흐름에서 예외가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육사 사슴 탈출 소동은 큰 피해 없이 끝났지만, 군과 공공시설의 동물 관리 체계를 점검할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와 공공부문은 스마트 기술이 단순한 편의 수단을 넘어 안전과 보안을 강화하는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는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결국 기술 도입 속도와 더불어 생태·윤리·보안 지침을 함께 정교화하는 작업이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