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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네이처셀, 美 2상 마치고 3상 성큼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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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 치료를 겨냥한 줄기세포 기술이 미국 임상 후반부에 진입하면서 정형외과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네이처셀이 개발 중인 자가 줄기세포 기반 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이 미국 식품의약국 FDA와의 2상 종료 미팅을 무리 없이 통과했고, 내년 초 3상 진입을 준비하면서다. 회사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는 투자 계획도 공개해, 상용화와 북미 시장 공략 속도가 눈길을 끈다.

 

네이처셀은 미국 동부시간 20일 조인트스템 미국 임상 2상 종료 후 진행한 FDA와의 EOP2 미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2상 과정에서 안전성 측면에서 특별한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고, 3상 설계와 관련한 핵심 쟁점에 대해 FDA와 큰 틀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은 미국 워싱턴DC 더라인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FDA와의 미팅을 통해 3상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을 받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목 네이처셀 글로벌 임상 및 허가 담당 사장은 2상 종료 미팅이 단 한 번의 회의로 완전히 종결되는 구조는 아니라면서도, 이번 논의를 통해 핵심 협의와 협약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자료는 사전 제출, 일부 쟁점은 추가 미팅에서 다루기로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3상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행정 절차와 임상 프로토콜 제출 일정을 감안할 때 내년 1분기 중 미국에서 3상 시험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조인트스템은 환자 본인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한 뒤 손상된 무릎 관절 연골 부위에 주입하는 퇴행성 관절염 세포치료제다. 손상된 연골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동시에 자가 세포를 활용하는 구조여서 면역 거부반응 같은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처셀은 최근 5년 이상 장기 추적한 임상시험 안전성 데이터를 추가 확보해, FDA와의 논의에서 안전성 입증 근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로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나, 통증 완화제나 인공관절 수술 중심의 기존 치료법은 구조적 손상 자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무릎 연골 재생을 목표로 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수술을 늦추거나 대체할 수 있는 옵션으로 꼽히며 미국과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처셀은 자가 줄기세포를 활용한 주사형 치료라는 점을 내세워, 미국 내 기존 통증 완화제나 수술 중심 치료 옵션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생산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네이처셀은 미국 메릴랜드주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볼티모어시 내 제조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메릴랜드주 정부는 지난 18일 네이처셀의 볼티모어 제조시설 설립 계획을 공식 발표했고, 이날 기자회견을 계기로 양측 간 투자협약 행사도 열렸다. 네이처셀은 약 9000제곱미터 규모 생산시설을 2031년까지 완공해 총 500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재정 지원도 동반된다. 메릴랜드주 정부는 400만달러 조건부 대출을 승인하는 등 융자 지원에 나서고, 볼티모어개발공사 역시 40만달러 수준의 대출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상 부지는 1883년 착공된 볼티모어 시내 건물과 부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확보하며, 회사는 올해 성탄절 이전 계약 완료를 목표로 제시했다. 내년 1월 공사가 시작되면 연말부터 연간 환자 2만명 치료에 해당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이후 신규 건물 증설을 통해 2028년 연간 20만명, 2031년 최종적으로 연 100만명분 생산 규모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네이처셀은 볼티모어를 미국 내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으로 바이오 전문 인력과 지원 정책, 연구 인프라를 꼽았다. 특히 세계적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병원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 향후 임상 연구와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서 협력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거점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임상·생산이 연결되는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 한가운데에서 미국 정형외과 및 재생의료 시장 진입 가속화를 노리는 구도다.

 

미국 남동부 지역을 겨냥한 추가 생산 거점 구상도 언급됐다. 라 회장은 플로리다주에 새로운 재생의료 관련 법이 생기면서,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재생의료 사업 모델 전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 법률 자문을 마친 상태라며, 플로리다에 소형 GMP 수준의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트스템을 포함한 재생의료 파이프라인을 의약품 허가 경로 외 재생의료 트랙으로도 전개하는 이원 전략이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FDA 3상 승인은 상용화 시점과 매출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경쟁 글로벌 제약사도 줄기세포 기반 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미국 3상 디자인과 환자 수, 비교약 설정 등 구체적인 임상 전략이 향후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식품의약국의 심사 기준이 점차 엄격해지는 추세라는 점도 변수다. 미국 내에서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할 경우 허가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인구 고령화가 가속되는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에서 공통으로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질환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무릎 연골 재생 세포치료제와 바이오 소재 기반 연골 대체재, 고가의 차세대 인공관절 등이 동시에 부상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FDA 3상에 성공한 국산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제가 나올 경우, 재생의료 분야에서 국내 기업 기술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네이처셀의 미국 임상과 생산 투자 진행 상황에 따라 국내외 재생의료 규제 환경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 수 있다. 미국에서 재생의료 관련 개별 주법과 연방 규제 사이 조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도 세포치료제와 재생의료 서비스형 모델 사이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산업계는 조인트스템의 미국 임상 3상 진입과 볼티모어 생산시설 구축이 계획대로 진행돼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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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셀#조인트스템#메릴랜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