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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요건 강화에 부업까지”…바이오 기업, 신사업 확대로 생존 모색
IT/바이오

“상장 요건 강화에 부업까지”…바이오 기업, 신사업 확대로 생존 모색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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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의 상장 유지 요건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돼 단기간 매출 실현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 확보를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체질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연 매출 요건을 대폭 상향했다. 기존 30억원 기준이 100억원으로 높아지고, 시가총액 요건도 40억원에서 300억원까지 강화됐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 상장 유예기간이 만료된 바이오 기업들은 올해부터 반드시 매출 기준을 맞춰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규제 환경 속에서 바이오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메드팩토는 지난 해 매출이 전무했으나, 올해 상반기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유통 신사업을 통해 총 12억6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테카바이오는 기존 AI 신약 후보 발굴 사업 외에 친환경 데이터센터 기반 IDC 임대와 SI 서비스 등 IT 사업을 확장, 올 상반기 IDC 및 소프트웨어 신사업에서 1억200만원을 추가해 전체 12억1500만원을 올렸다.

 

이 같은 신사업은 본업과 무관하거나, 전혀 이질적인 업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셀리드는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포베이커를 인수해 현재는 바이오 신약 개발 매출 없이 오로지 베이커리 관련 이커머스 매출(상반기 37억원)로 상장 요건을 맞추고 있다. 티움바이오도 천연화장품 업체와의 합병으로 화장품과 단백질 분석 등에서 상반기 47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 참여자들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특성상 기술 수출이나 허가 후 제품 판매로 단기간 매출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오 기업들의 부가 매출은 빵집, 아파트 관리, 버섯 농장 등 생명공학과 직접적 연계가 없는 분야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약 개발에 드는 투자와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매출 기준 맞추기가 어려워 부업에 집중하게 되면 연구개발 경쟁력이나 기술 혁신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도 변화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상장 요건 완화나 단계적 적용, 신약개발기업 특성에 맞춘 별도 심사 도입 등에 대한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관계자는 “신약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AI나 로봇 등 첨단 기술 산업 일반의 고민”이라며 “연구개발 장기성과 불확실성을 반영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제도 변화와 업계 대응이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있어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술 혁신 체계와 제도간 균형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는 흐름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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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팩토#신테카바이오#셀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