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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보다 중요한 건 느낌”…제주도 덮친 체감 폭염에 달라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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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보다 중요한 건 느낌”…제주도 덮친 체감 폭염에 달라진 일상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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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기온 숫자만으론 더위를 설명할 수 없다. “33도도 안 됐다는데, 숨이 턱 막힌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히 온도를 기준 삼았지만, 이제는 습도까지 함께 체감하는 무더위가 일상이 됐다.

 

9월 들어 제주도 전역, 특히 해발 200~600m 중산간 지역에까지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기온이 33도 미만이어도 습하면 주의보를 낸다’는 달라진 기준 덕분이다. 기상청이 지난해 체감온도 방식을 도입한 이후, 실제 기온과 관계 없이 일상의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 SNS에는 “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도 후텁지근해서 바로 닫았다”, “온도계는 31도라는데, 집안에만 있어도 땀이 난다”는 인증이 이어졌다.

2025년 9월 8일(월) 16:00 기상특보(기상청 제공)
2025년 9월 8일(월) 16:00 기상특보(기상청 제공)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제주 지역에서는 최근 실내·외 온열질환 신고가 지난해보다 늘었고, 학교와 공공기관도 야외 수업을 줄이거나, 물과 얼음, 휴식 공간을 곳곳에 마련하는 추세다. 기상청은 “당장 몸에 와닿는 느낌에 집중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높을 땐 짧은 야외활동도 위험할 수 있다”며 “물 자주 마시기, 한낮 외출 피하기, 쉴 자리 확보 등 기본 수칙을 꼭 지켜 달라”고 권고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낮은 온도가 나와도 그냥 믿지 않는다”, “밖에 한 번 나갔다가 옷이 다 젖었다”, “폭염특보 떴다고 해서 물을 진짜 더 챙긴다” 등 각자의 적응법이 공유된다. 자연스럽게 생활 리듬도 달라졌다. 습기가 많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가볍게 산책만 하는 사람이 늘고, 냉방병 걱정에 에어컨보단 선풍기에 시원한 물 한 잔을 찾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점점 ‘더위에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라고 진단한다. “더위는 이제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 리스크가 됐다. 각 가족 구성원별로 본인에게 맞는 대처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폭염주의보’ 한 단어에 담긴 의미가 이제는, 숫자보다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라는 시그널이 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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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폭염특보#체감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