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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퇴정 감찰 지시는 직권남용"…국민의힘, 이재명·정성호 공수처 고발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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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집단 퇴정을 둘러싼 갈등과 청와대 인사 라인을 둘러싼 의혹이 맞물리며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면서 정국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집단 퇴정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 제출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공수처 청사에서 이뤄졌다.  

곽규택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 등 당 법률지원단은 공수처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이 특정 재판과 관련된 검찰의 재판 진행 행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두 사람이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집행하는 과정에서 직무 권한을 남용해 검사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수원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4명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이른바 술 파티 의혹 위증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증인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재판부 기피 신청을 제기하고 법정을 집단 퇴정한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법무부에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규택 위원장은 공수처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구체적인 사건과 수사에 개입하는 언행을 해왔다"며 "이번에는 공범으로 의심받는 이 전 부지사 사건에 대해 검사들을 부당하게 감찰하도록 지시하는 도를 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본인과 연관성이 제기되는 사건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헌법상 권력 분립과 사법 독립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곽 위원장은 "공수처는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비록 기소는 할 수 없더라도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형사상 기소 대상은 아니더라도 수사와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검사 감찰 지시 논란과 별개로 인사 청탁 논란과 관련한 고발도 함께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전했다.  

 

인사 청탁 논란의 출발점은 김남국 전 비서관이 문진석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2일 문 의원과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이틀 만에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문진석 의원은 김남국 전 비서관에게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앉혀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이에 김 전 비서관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는 답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문자가 단순한 의견 전달을 넘어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이 인사 추천 과정에 연루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수처가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권의 공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은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으로 꼽혀온 이화영 전 부지사 관련 재판, 그리고 대통령실 인사라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꺼번에 부각되면서 야권을 향한 여권의 역공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공수처는 국민의힘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사건 배당과 처리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수처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장관에 대해 어떤 수준의 조사에 나설지, 그리고 대통령실 인사 라인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할지가 또 다른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검사 감찰 지시와 인사 청탁 문자 파장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격돌하는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관련 현안 질의를 다음 회기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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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재명대통령#정성호법무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