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목록 우선으로”…카카오톡, UI 재수정에 AI 기능 강화
카카오톡 화면에서 가장 자주 머무는 친구 탭이 다시 ‘연락처 중심’ 구조로 회귀한다. 카카오는 9월 적용한 소셜미디어형 피드 개편으로 이용자 경험이 악화됐다는 비판을 반영해, 3개월 만에 기존 친구 목록 중심 인터페이스를 복원하는 업데이트에 들어갔다. 동시에 AI 요약과 채팅방 정리 등 생산성 기능을 추가해, 메신저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1위 메신저가 이용자 반응에 맞춰 UI를 빠르게 되돌린 사례로, 플랫폼 성장보다 ‘안정적 사용성’을 중시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16일부터 카카오톡 친구 탭을 순차 업데이트해, 앱을 열면 예전처럼 연락처 기반 친구 목록이 바로 보이도록 구조를 바꾼다. 9월 대규모 개편 당시에는 친구 탭을 사진 중심 격자 피드로 전환해, 친구 게시물과 사진이 우선 노출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급한 연락을 찾기 어렵고, 소셜 피드를 보기 싫어도 피드 화면을 먼저 지나쳐야 하는 불편이 커지면서 이용자 반발이 확산됐다. 카카오는 개편 일주일 만에 친구 목록 복원 방침을 예고했으며, 이번 업데이트로 실제 구조 수정에 나선 셈이다.

새 구조에서는 화면 상단이 친구와 소식 두 개 탭으로 나뉜다. 기본값은 친구 목록이며, 이용자가 소식 탭을 선택하면 이전 개편에서 도입한 피드형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연락처 기반 리스트와 피드형 콘텐츠를 병행하되, 진입 우선순위를 연락 기능에 두는 방식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소셜 피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이용 습관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춘 셈으로 해석된다.
이번 업데이트에는 인터페이스 수정뿐 아니라 여러 사용성 기능이 함께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 안 읽은 대화 요약 기능이다. 안 읽은 메시지가 5개 이상 쌓였고 최근 24시간 내에 대화가 이어진 채팅방을 최대 5개까지 골라,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 보여준다. 단체방이나 업무방처럼 메시지가 빠르게 쌓이는 환경에서 핵심만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는 기능으로, 메신저에도 생성형 요약 기술을 적용한 사례다. 업계에서는 대화형 AI가 메신저 안에서 ‘알림 필터’이자 ‘요약 비서’ 역할을 하며, 사용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채팅방 관리 기능도 개선됐다. 이용자는 채팅 목록에서 방을 길게 누르거나, PC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 곧바로 원하는 폴더에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여러 단계의 메뉴를 거쳐야 했던 채팅방 이동 과정을 단축해, 폴더 기반 정리 습관을 가진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메신저에 업무 관련 방, 가족 방, 프로젝트 방 등 다양한 목적의 대화가 혼재하는 만큼, 정리 효율성은 서비스 이탈을 막는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콘텐츠 공유 기능 측면에서는 스포 방지 기능이 단순화됐다. 이전에는 메시지 일부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해 스포일러를 가렸다면, 이제는 전송 버튼을 길게 눌러 말풍선 전체에 스포 방지 설정을 한 번에 적용할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소비가 메신저 대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스포일러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는 ‘프로토콜’로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화창 안에 위치한 플러스 버튼 메뉴도 실험적으로 재구성됐다. 사진과 최근 미디어가 상단에 먼저 노출되고, 송금이나 캘린더 등 나머지 기능은 목록 형태로 재정렬된다. 이 기능은 설정 메뉴 내 실험실 항목에서 이용자가 직접 켜고 끌 수 있어, 기존 방식과 새 방식 간 선택권을 부여했다. 카카오는 그간 신규 기능을 일괄 적용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실험적 UI를 점진적으로 검증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9월 개편 당시 카카오가 친구 탭을 소셜 피드 구조로 전면 교체한 것은, 메신저를 단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소셜 네트워크이자 광고·커머스 허브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피드에 게시물과 사진, 향후 광고·추천 콘텐츠를 배치하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메신저 기반 수익 모델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락 기능이 최우선인 카카오톡 특성상, SNS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는 곧바로 사용성 저하로 이어졌고, 이용자 불만과 항의가 커지자 카카오는 다시 한 번 ‘연락 수단 우선’ 원칙을 택한 모양새다.
글로벌 메신저 시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과 피드, 상거래 기능 사이 균형을 두고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해외 메신저는 광고와 쇼핑, 게임 탭을 전면에 배치했다가, 사용자 이탈과 이용시간 감소를 겪으며 다시 단순 구조로 회귀했다. 반면 AI 요약, 메시지 추천, 자동 번역 등 대화 자체의 효율을 높이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게 평가된다. AI 기술 고도화가 새로운 수익 모델보다는 기존 사용성 강화를 통해 간접적 수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흐름이다.
카카오톡의 이번 개편은 같은 맥락에서, 광고나 커머스가 아닌 ‘연락과 대화’를 전면에 두되, 그 내부를 AI와 정리 기능으로 고도화하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소셜 피드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고 친구와 소식 탭으로 분리한 점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메신저 안에서 소셜·콘텐츠 비즈니스를 계속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난다. 다만 우선순위가 ‘친구 목록 복원’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이용자 이탈을 막는 방어적 조정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규제나 정책 측면에서 직접적 제약은 크지 않지만, 메신저가 소셜 피드와 광고 허브로 비대해질수록 이용자 데이터 활용과 정보 노출에 대한 논쟁은 커질 수 있다. 피드형 구조를 고집하기보다 선택형 탭으로 전환한 것은, 향후 개인정보 보호 이슈나 플랫폼 독점 논쟁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용자가 명확하게 기능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UI 설계 단계에서부터 ‘동의’ 구조를 강화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명료성이라며 이번 개편은 수익화보다 사용성을 우선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I 요약과 폴더 정리 등 기능은 일단 생산성 강화에 머물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무용 메신저나 유료 고급 기능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며 카카오가 어떤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카카오톡이 이용자 선택을 전면에 둔 UI로 안착하면서도, AI와 소셜 기능을 어떻게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