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안보 연대 강화” 진영승 합참의장, 나토 군사위원장과 첫 통화
군사안보 지형 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군 당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조직 간 협력 구도가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측 군 수뇌부가 직접 군사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내며 향후 안보 연대의 폭이 넓어질지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12월 2일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공군 대장)이 주세페 카보 드라고네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위원장과 첫 공조통화를 갖고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이날 진행됐으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 양측 간 기존 협력 프로그램의 성과, 향후 협력 확대 방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진영승 의장은 통화에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상황에 관심을 보여온 나토 군사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우방국 간 연대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전했다. 사실상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한국의 기존 안보 틀에서 나토와의 협력 저변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특히 한국과 나토 간에 진행 중인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 ITPP를 구체적으로 점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진영승 의장과 드라고네 위원장이 ITPP의 군사·국방 분야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ITPP는 동맹이 아닌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수준과 수요에 맞춰 설계되는 실무 프로그램으로, 한국과 나토는 이 틀 안에서 연합훈련, 정책 협의, 교육·훈련 교류 등을 단계적으로 넓혀왔다.
진영승 의장과 드라고네 위원장은 기존의 전통적 군사 분야를 넘어 인적교류, 정보공유는 물론 사이버, 우주, 인공지능 등 신안보 영역에서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사이버·우주·인공지능은 나토가 집단방위 개념을 확장하면서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분야로, 한국군의 기술·산업 기반과 접점이 큰 영역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통화 내용과 관련해 "양측이 각자 보유한 경험과 역량을 공유하고, 국제 안보 질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나토 차원의 관심이 한반도 안보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반으로 확장된 점에 주목하며, 향후 다자 연합훈련과 정보 협력 확대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드라고네 군사위원장은 올해 1월 취임한 인물로, 이탈리아 해군 대장 출신이다. 나토 군사조직의 최고 선임자로서 북대서양이사회에 군사적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토 내 군사적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여서, 그의 한국군 수뇌부와의 직접 소통은 향후 한·나토 협력의 제도화와 범위 확대에도 일정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정치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이미 한미동맹을 핵심 축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나토와의 협력 수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외교·안보 전략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동유럽과 인도·태평양을 잇는 전략 회랑에서 한국군의 역할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긴장,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중첩된 현 상황을 고려하면 동맹·우방국과의 연대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군사외교 채널에서 한·나토 관계가 속도를 내는 만큼, 향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추가적인 협의체 운영, 실무 접촉, 교육·훈련 프로그램 공동 운영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정부는 나토와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한반도 안보를 보장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군사협력 틀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