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구속 연장 기로"…김용현 추가 영장 심문, 특검·변호인 정면 충돌
비상계엄 수립 의혹과 평양 무인기 침투 지시 혐의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한층 격화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구속 여부를 놓고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이 맞붙으면서, 세번째 구속 연장 갈림길에 선 재판이 정국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 이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은 오후 2시 30분부터 6시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특검은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과 관련한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혐의를 근거로 구속 기간 연장을 요구했고, 변호인단은 인신 구속을 늘리기 위한 쪼개기 기소라며 강하게 맞섰다.

이번 심문은 특검이 일반이적죄와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열렸다. 김 전 장관의 현 구속 만기일은 25일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 더 늘어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그는 지난해 12월 첫 구속 이후 약 1년 만에 석방된다.
김 전 장관 측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구속을 반복 시도하는 절차 남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 유승수 변호사는 심문 직후 취재진에게 "다른 사건의 구속기간이 만료돼 사실상 인신구속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 기소가 이뤄졌다"며 "쪼개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인은 또 "특검팀은 김 전 장관이 증거인멸죄로 기소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했으나, 해당 사건과 이 사건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사건 구조를 나눠 별도 구속을 시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이다.
법정에서 김 전 장관에게도 직접 발언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상적 군사작전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참담하다. 군사작전 자체를 위축시키고 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 될까 두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통수와 작전 수행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수사 방향을 비판한 셈이다.
심문 전에는 재판부 구성 자체를 문제 삼는 절차도 있었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으나 같은 재판부로부터 간이기각 결정을 받았다. 통상 기피 신청은 다른 재판부가 판단하지만,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당사 재판부가 즉시 기각할 수 있다.
유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장을 송달받지 못해 이를 적법하게 송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사실상 묵살했다"며 "불공정한 소송지휘이므로 기피 신청을 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동안 공소장 상당 부분이 비실명 처리돼 있어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특검은 범죄의 성격과 예상 형량, 재판 전략을 근거로 구속 유지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남북간 충돌, 국가적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시도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한 행위로 기소됐다"며 "범죄 자체가 중대하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또 "예상되는 법정형을 고려할 때 도주 우려도 무시할 수 없고, 김 전 장관 측의 법정 대응을 고려하면 증거인멸 우려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이적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중형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피고인의 도주와 증거 인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께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해 북한을 도발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뒤, 이를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삼으려 한 혐의로 지난달 추가 기소됐다. 평시 군사작전을 안보 위기 조성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그는 이미 두 차례 구속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10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 단계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첫 구속된 데 이어,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6월 25일, 구속 만기 3시간을 앞두고 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 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다른 사건이나 추가 혐의로 기소된 경우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별도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싸고 변호인 측은 과도한 인신 구속이라는 비판을, 특검은 사건 성격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셈이다.
법원의 선택에 따라 향후 정국의 파장도 엇갈릴 전망이다. 구속 연장이 결정되면 비상계엄 의혹과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은 장기 재판 구도로 접어들 수 있고,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공정성과 인권 침해 논란이 정치권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심문 결과 발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속 기한이 10여일 남은 상황에서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마치며 오는 19일까지 양측에 추가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추가 구속 여부도 조만간 판가름난다. 재판부는 16일 여 전 사령관, 23일 윤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각각 구속영장 심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은 내년 1월 18일, 여 전 사령관의 구속 기한은 내달 2일로, 이들에 대한 판단은 비상계엄 의혹 수사의 향배를 가늠할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법원은 김 전 장관의 추가 구속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으며, 정치권은 비상계엄 의혹과 군사작전 수사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