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래는 매우 원활하다”…엔비디아 실적에 뉴욕증시 급등, 고용 호조가 랠리 뒷받침
현지시각 20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와 9월 고용보고서가 투자심리에 힘을 실으며 뉴욕증시가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번 랠리는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기술주 전반에 매수세를 불러오며 글로벌 증시와 원유시장에도 온기를 퍼뜨리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오전 9시 59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55.11포인트(1.42%) 오른 4만6천793.88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3.06포인트(1.85%) 상승한 6천765.22,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552.45포인트(2.45%) 급등한 2만3천116.68을 나타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전 업종이 동반 오름세를 보이며 광범위한 위험자산 선호가 확인됐다.

시장을 이끈 것은 전날 장 마감 이후 실적을 공개한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천만달러(약 83조4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을 뿐 아니라 분기 기준 사상 최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부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급증한 512억달러로 집계돼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엔비디아는 또 4분기(11월∼내년 1월) 매출 가이던스를 650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컨센서스였던 616억6천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공격적인 성장 전망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 초 4% 이상 급등했고, 이 흐름이 인공지능 관련 종목 전반의 매수세를 이끌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 스토리가 다시 한 번 뉴욕증시의 상승 동력을 제공한 셈이다.
엔비디아 효과는 미국(USA) 대형 기술주 전반으로 확산됐다. 알파벳 주가는 2.88% 올랐고, 테슬라는 4.61% 상승했다. 메타 플랫폼 주가도 2%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주가 상승은 투자자들이 AI와 디지털 전환 관련 성장 테마에 다시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투자 흐름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니엘 뉴먼 더퓨처럼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약세론은 무너지고 있으며 AI 거래는 매우 원활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진은 강하고 중국에 대한 우려는 사라진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주의 수익성과 수요가 시장의 회의론을 압도하고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USA)과 중국(China) 간 기술 규제와 수출 통제가 AI 성장 스토리에 구조적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증시 랠리는 실적 호조뿐 아니라 미국(USA) 노동시장에서 나온 혼재된 지표에도 영향을 받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로 공개가 미뤄졌던 9월 고용보고서가 이날 발표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노동당국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1만9천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였던 5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 창출이 예상을 상회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완전 붕괴와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을 뒷받침했다.
다만 실업률은 소폭 악화됐다. 9월 실업률은 4.4%로, 전망치 4.3%를 웃돌았으며 2021년 10월 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 15일로 끝난 한 주 기준 계절 조정 후 22만건으로, 시장 예상치 23만2천건을 하회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해고가 예상보다 적고 고용 여건이 견조했음을 뜻한다. 반면 지난 8일 종료된 주간 연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7만4천건으로 2021년 11월 6일 이후 최고를 기록해 실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 지표를 두고 시장에서는 경기 연착륙 기조와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낸신 반덴하우튼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9월 고용보고서는 후향적이지만 셧다운 이전에 노동시장이 붕괴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9월 고용보고서 자료에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측을 변경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밝히며, 노동시장의 완만한 둔화와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가 현 증시 랠리를 지지하는 구조임을 시사했다.
기업별로는 실적과 인수 소식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미국(USA) 유통업체 월마트는 견조한 3분기 실적과 매출 전망 상향 등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주가가 4% 넘게 뛰었다. 소비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체인의 실적이 탄탄하게 유지된 점은 미국 내 소비지출이 당분간 급격히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했다.
반면 사이버 보안업체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클라우드 관리 기업 크로노스피어를 33억5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1% 이상 하락했다. 인수에 따른 비용 부담과 단기적인 수익성 희석 우려가 투자심리를 누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화장품 업체 배스앤바디웍스는 3분기 실적 부진 여파로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다. 배스앤바디웍스의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5센트로 시장 기대치 39센트를 밑돌았고, 매출도 15억9천만달러에 그쳐 예상치 16억3천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업종과 기업별로 실적의 명암이 갈리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뉴욕증시의 강한 반등은 유럽(Europe) 주요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로존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전장 대비 1.40% 오른 5천619.60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UK) FTSE100 지수는 0.61% 상승했고, 프랑스(France) CAC40과 독일(Germany) DAX 지수도 각각 0.99%, 1.17% 오르며 동반 강세를 연출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USA) 기술주 랠리와 고용지표가 글로벌 경기 전망에 대한 공포를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평가와 맞닿아 있다.
국제 유가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9.90달러에 거래되며 전장보다 0.77% 올랐다. 증시 랠리와 함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에너지 수요 회복 기대가 유가를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공격적인 가이던스, 그리고 미국(USA) 노동시장의 완만한 둔화 조합은 당분간 글로벌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업률과 연속 실업수당 청구 증가에서 확인된 구조적 불안 요인과,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상존한다. 엔비디아를 축으로 한 AI 투자 열기가 어느 정도까지 실적과 수요로 뒷받침될지, 그리고 연착륙 기대가 유지될지에 따라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