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가 응급처치까지 안내”…디지털 헬스, 골든타임 바꾼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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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로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은 18개월 아기가 지나가던 경찰의 신속한 하임리히법으로 구조된 사례가 알려지며, 위급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사람 유무에 따라 생사가 갈리지만, IT·바이오 업계는 인공지능과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누구나 골든타임에 맞는 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앞다퉈 내놓는 중이다. 업계는 이를 응급의료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경쟁 구도로 보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활용한 실시간 응급처치 안내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마이크, 모션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호흡과 움직임을 분석하고, 인공지능이 하임리히법이나 심폐소생술 같은 적절한 처치 방법을 단계별로 음성 및 영상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바이오센서 기반 웨어러블과 연동하면 위기 상황을 조기 감지해 자동으로 응급 콜센터나 119에 연결하는 시나리오도 구현되고 있다.

핵심 원리는 AI 기반 영상·음성 인식과 생체신호 분석이다. 카메라로 촬영한 상반신 움직임과 흉부 압박 깊이, 속도를 분석해 기존 매뉴얼 대비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CPR 가이드 앱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실험 중이다. 일부 솔루션은 기존 교육용 마네킹 대비 압박 깊이와 속도 측정 정확도를 1.5배 이상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도 폐쇄 상황에서는 아기의 체중과 체형, 반응 정도를 토대로 등 두드리기와 흉부 밀어내기 횟수와 강도를 가이드하는 알고리즘 연구도 이어지는 중이다.

 

시장성도 크다. 가정, 어린이집, 유치원, 실버타운 등 응급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공간이 많고, 고령화에 따라 심정지·호흡곤란 등 급성 위기 상황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평소에는 건강관리 앱처럼 쓰다가 위기 시에는 응급의료 디지털 치료제처럼 작동하는 통합형 플랫폼이 실효성 있는 모델로 거론된다. 병원과 구급대는 이런 플랫폼과 연동해 환자 위치, 의식 상태, 초기 처치 내용 등을 사전에 공유받아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응급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북미·유럽에서는 스마트워치로 심방세동과 심정지 의심 징후를 감지해 자동으로 긴급전화와 보호자에게 알리는 기능이 상용화됐다. 일부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이 영상으로 쓰러진 사람을 포착해 군중 속 심정지 환자를 찾아내고, 주변 사용자 스마트폰에 CPR 수행 위치와 방법을 안내하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공공 AED와 연동해 가장 가까운 일반인 구조자를 호출하고, 앱으로 실시간 안내를 제공하는 실증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규제가 응급 디지털 헬스 도입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른다. 하임리히법이나 CPR을 실시간으로 지시하는 앱이 의료행위에 준하는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할지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와 요구 데이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응급 상황 내 음성·영상 수집에 대한 동의 요건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미성년자의 생체 정보와 영상 데이터가 복합적으로 활용되는 만큼, 데이터 최소 수집과 비식별화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업계는 응급의료 AI를 공공 응급의료체계와 연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건당국과 소방당국, 의료기관, 플랫폼 기업이 공동으로 알고리즘 검증과 표준 프로토콜을 마련하면, 현재 지역과 소득, 교육 수준에 따라 크게 갈리는 응급 대응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응급의학 전문의와 법조계에서는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되, 검증된 알고리즘과 매뉴얼을 따르는 한도 내에서 이용자와 개발사 모두 과도한 법적 리스크를 지지 않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사람의 침착함과 판단력이 완전히 디지털로 대체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표준화된 응급처치 가이드와 AI 기반 실시간 피드백이 구조 성공률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산업계는 현장 구조자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는 골든타임 활용 수준을 기술로 보정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한편, 공공 시스템과의 연동, 규제 정비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상용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결국 기술과 제도, 현장 교육이 함께 정비될 때 디지털 응급의료 혁신이 실제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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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ai#디지털헬스케어#하임리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