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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부종·출혈까지”…레켐비 부작용 급증, 치매약 안전성 논란 확산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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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안전성 문제가 치매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허가 이후 불과 1년 만에 부작용 보고가 135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장기 투약 환자 증가에 따른 치매약의 안전성 관리 필요성이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신약 안정성 논란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경쟁적 신약 개발 속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레켐비는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 제거한다’는 새로운 작용기전(메커니즘)으로 주목받았다.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달리 병리적 단백질에 직접 작용해 진행 억제 효과를 노린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환자 맞춤형 사용 가이드라인과 함께 2023년 8월 이상사례 보고가 시작됐으며, 이듬해 상반기까지 부작용 보고가 123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12건 발생에서 올해 3월 11건, 4월 29건, 5월 36건, 6월 31건으로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고된 부작용의 다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종과 삼출, 미세 출혈, 헤모시데린 침착 등 뇌 조직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장기적 뇌 손상, 신경계 위축, 드물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도 의료 현장에서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임상 단계에서 이미 사망이 보고됐고, 시판 후에도 네 건의 추가 사망이 확인된 상황이다.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레켐비는 도입 직후부터 병원과 환자 수요가 집중됐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2월에만 167건이었던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 처방은 올해 8월 2766건으로 16배 이상 급증했다. 누적 처방은 1만3719건에 달하며, 그만큼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안전성 검증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주요 사용층인 고령 환자의 복합 질환, 장기 투약 등 실사용 환경에서의 위험성 통제가 단계별로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신약 경쟁 속에서 레켐비는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계열의 대표 주자다. 미국에서의 승인과 시장 진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일본 등은 환자 적합성 기준 강화, 추가 임상 데이터 요구 등 보다 엄격한 규제와 평가 기조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실제 아밀로이드 PET 검사 의무화, 뇌영상 정기 모니터링, 고위험군 사전 선별 등 환자 안전장치 마련이 주요 국가에서 추진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레켐비를 신속 심사 품목으로 지정한 후, 이상사례 정보 수집과 의사 교육 등을 병행해왔다. 하지만 환자 증가세와 중증 이상반응 보고 확대에 맞춘 실질적 안전성 대책, 시판 후 조사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치매치료제는 국민의 희망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희망은 절망이 될 수 있다”며 식약처의 조속한 부작용 대책을 촉구했다.

 

치매 신약의 패러다임 전환 속도와 함께 실제 안전성과 효과 검증의 균형이 산업 생태계의 주요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계는 레켐비와 같은 혁신 신약이 실제 임상에서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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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알츠하이머#식약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