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대회와 임금님 진상행렬”…발효와 흥이 어우러진 순창장류축제 → 오감 자극하는 가을 나들이
요즘은 가을마다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그저 먹거리 장터쯤 여겨졌던 음식 축제가, 지금은 직접 참여하고 머무는 마을의 경험이 됐다. 순창고추장의 깊은 맛, 마을을 닮은 공기, 고즈넉한 골목마다 채이는 정취가 가을 여행의 목적지가 돼간다.
순창장류축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전북 순창에서 열린다. 이곳에선 매운맛대회부터 임금님 진상행렬, 직접 콩을 삶고 찧는 메주 만들기, 남녀노소 어깨 나란히 빚는 고추장 체험까지, 장류의 맛과 역사를 손끝으로 전하는 경험이 가득하다. “아이 손 잡고 간 장맛나라에선 어릴 적 시골집 냄새가 다시 났다”는 후기처럼,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소소한 추억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방문객이 늘며, 순창 특산물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과 매출도 커졌다.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가족 단위라는 조사 결과는, 이제 맛있는 여행이 곧 ‘함께 만드는 기억’이 됐다는 걸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발효의 미학과 체험의 결합”이라 부른다. 장류와 발효음식은 그저 전통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오감으로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됐다. 식품학자 신효정은 “장맛에는 지역의 시간, 사람들의 손길, 그리고 느긋하고 따스한 정서가 모두 녹아 있다”고 표현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순창고추장 담그고 온 종이팩만도 한가득” “20주년 기념 황금메주 이벤트 당첨 바란다” 등 직접 참가 후기와 기대감이 이어진다. 어른도 아이도 “직접 만드는 맛”의 매력에 빠진 모습이다.
축제의 의미도 달라졌다. ‘순창장류축제’는 사라져가던 장 담그기의 명맥을 잇고, K-푸드의 뿌리가 되는 발효음식의 세계적 가치까지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전통이 계승되는 공간에서 가족, 친구, 이웃과 손에 장을 묻히다 보면, 일상에서는 놓치던 사유와 위로도 곁에 남는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손맛 체험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 가을, 전통의 깊은 맛과 마을의 온기가 스며든 순창에서, 살아있는 장류의 시간을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