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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상황도 크라우드소싱”…네이버, 제보톡으로 실시간 재난지도 구축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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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도로 결빙 같은 기상 재난 상황을 시민 참여 기반으로 수집하는 ‘크라우드소싱 재난 데이터’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날씨 제보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직접 현장의 눈 상태와 교통 통제 정보를 올리면, 같은 생활권의 다른 시민들이 이를 실시간 참고하는 구조다. 재난 방송이나 공공기관 공지보다 훨씬 세밀한 생활 단위 정보가 축적되면서, 플랫폼 기반 재난 정보 생태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에 따르면 4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린 저녁 시간대 이후 날씨 제보톡에는 하루 동안 1100여 건의 글이 게시됐고, 누적 방문 수는 21만 회에 달했다. 기상청이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한 뒤, 퇴근 시간대 도로 혼잡과 통제가 겹치면서 현장 상황을 공유하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결과다.

당시 북부간선로, 강변북로, 강남순환로 등 주요 도로가 부분 통제되며 차량 정체와 우회가 이어졌다. 서울경찰청은 예상보다 많은 눈으로 위험도가 높아진 구간을 우선적으로 차단하고, 교통 비상 발령과 순찰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시민들은 자신이 지나가는 도로의 제설 여부, 결빙 정도, 실제 사고 발생 상황을 글과 사진, 영상 형태로 제보톡에 올렸다.

 

네이버 측은 4일 오후 6시 이후 특정 지역에서 제보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패턴을 감지해 내부적으로 ‘제보 급증 알림’이 발동됐다고 밝혔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단시간에 집중되는 위치기반 재난 데이터를 통해 어느 생활권에서 위험 체감도가 높아지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이용자들은 차량 통제 구간, 버스 노선 변경, 제설 현황 등 세부 정보를 공유하며 재해 재난 사고 예방을 위한 상호 소통을 이어갔다.

 

이용자 제보 내용은 실제 이동 경로의 위험도를 반영했다. 한 이용자는 위례에서 곤지암까지 이동하는 데 5시간이 걸렸다고 밝히며 특정 국도 구간 내리막길에서 대형 트럭과 승용차 간 접촉 사고가 잇달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의정부 지역에서 제설제가 뿌려지지 않은 도로 상황을 언급하며 염화칼슘 부족을 우려했고, 양주 인근 이용자는 출근 시간대 도로 결빙으로 차량이 ‘기어가는 수준’이라고 서술했다. 이런 정성 데이터는 기상 관측 장비나 교통 센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체감 난이도와 위험 인식을 드러낸다.

 

기술적으로 날씨 제보톡은 위치기반 서비스와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결합한 구조다. 광역시·도 단위와 더불어 250개 시군구 단위의 관심 지역을 정의해, 이용자가 특정 생활권의 실시간 제보만 필터링해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용자가 위치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면, 제보 게시물에 위치 정보가 함께 노출돼 같은 지역 거주자나 통근자가 현장성을 검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기존 기상청 예보처럼 격자 단위 모델링 데이터를 내려주는 방식과 달리, 도로 한 블록 수준의 상황 차이까지 반영하는 미시적 정보 레이어를 형성한다.

 

네이버는 날씨 제보톡을 2021년 9월 출시한 이후 약 3년간 누적 58만여 건의 제보를 축적했다. 폭설, 호우, 강풍, 폭염 등 계절별 재난 유형에 따라 제보 양상과 패턴이 달라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계절성 위험 예측과 지역별 취약 구간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 자산이 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용자 행동 로그와 결합해 재난 상황에서의 이동 경로, 체류 시간 등의 간접 데이터를 도출할 여지도 있다.

 

올해 7월 도입한 ‘전국 제보 지도’ 기능은 이런 크라우드소싱 데이터를 시각화해 재난 인지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이용자가 제보 버튼을 클릭하면 전국 광역시도 및 시군구 단위별 제보 현황이 지도로 제시되고, 특정 지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 제보량이 증가할 경우 급증 아이콘이 표시된다. 이는 재난 관련 소셜 미디어 분석과 유사한 ‘정보 급증 시그널’을 지도 기반으로 구현한 것으로, 플랫폼 차원에서 조기경보 기능을 흉내 내는 셈이다.

 

지난달 27일 신설된 ‘공공 재난안전 정보’ 영역은 민간 플랫폼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서는 각 시군구별로 발효 중이거나 발효 예정인 기상특보, 최근 1시간 이내 송출된 재난문자, 네이버 날씨가 인증한 지역 공식 계정의 게시물 등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체감 정보와 공적 경보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를 더 입체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외에서는 소셜 미디어와 지도 서비스를 활용한 재난 정보 크라우드소싱이 이미 다양한 형태로 시도돼 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폭풍, 산불, 홍수 시 시민이 올린 사진과 텍스트를 분석해 재난 범위를 추정하고, 교통 플랫폼은 도로 통제와 사고 정보를 반영해 우회 경로를 안내한다. 국내에서도 포털과 지도 앱,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축적한 위치기반 데이터를 재난 관리에 활용하려는 논의가 늘어나고 있어, 네이버 제보톡과 같은 서비스가 민간 재난 인프라 후보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다만 위치기반 제보 서비스가 본격적인 재난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데이터 검증, 개인정보 보호, 공공기관과의 역할 분담 등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 실제 상황과 다른 허위 제보나 과장된 표현이 다수 유입될 경우, 다른 이용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치 정보와 이동 패턴이 반복적으로 축적될 경우 개인 식별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익명화 수준과 보관 기간, 제3자 제공 범위를 놓고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재난 정보 수집에서는 공공기관의 공식 시스템과 민간 플랫폼 간 연동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상청, 행정안전부, 지자체가 보유한 센서 데이터와 경보 체계에 제보톡 같은 시민 참여형 데이터를 어떻게 접목할지, 유사 시 책임 주체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해외에서는 일부 지자체가 민간 지도 서비스와 협약을 맺고, 공사 정보나 도로 통제 상황을 API 형태로 제공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폭설과 같은 기상 재난이 반복될수록 시민 참여형 재난 정보 플랫폼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시간 제보와 공공 데이터를 엮어 지역별 위험 지도를 정교하게 그릴 수 있다면, 도시 인프라 개선과 도로 제설 전략 고도화, 대중교통 노선 조정 등에도 참고 지표로 쓰일 여지가 있다. 산업계는 민간 플랫폼의 데이터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적 재난 관리 체계와 맞물려 실제 안전 강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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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제보톡#네이버날씨#전국제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