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고즈넉한 기와지붕 아래”…전주 한옥마을에서 느끼는 전통의 숨결과 가을
라이프

“고즈넉한 기와지붕 아래”…전주 한옥마을에서 느끼는 전통의 숨결과 가을

이소민 기자
입력

“전주를 찾는 이들 사이에서 한옥마을을 거니는 풍경이 종종 눈에 띈다. 예전엔 특별한 날에만 입던 한복도, 이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고즈넉한 골목을 수놓는다.”  

 

전주에 흐린 하늘이 드리워진 8일, 도심을 감싸는 구름과 23.9도의 선선한 바람이 한옥지붕 위로 머물렀다. 습도 81%, 강수확률 30%의 무심한 날씨도 이 순간을 더욱 차분하게 만들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이러한 가을날에 더없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전통의 미가 숨 쉬는 골목을 걷다 보면, 각기 다른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돌담길을 따라 흐르는 발걸음, 옛 사진관과 공예점에서 솟아나는 웃음소리, “여기서 찍어주세요”라며 서로를 담는 셔터 소리… 사소한 장면마다 따뜻한 이야기가 묻어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전주한옥마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전주한옥마을

이런 변화는 주말 관광 트렌드에서도 드러난다.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가 직접 한복을 빌려 입고, SNS에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주 한옥마을은 최근 1년 새 방문객 비율이 꾸준히 오르며 ‘한국적인 일상 체험’ 수요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전주경기전은 한옥마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신성한 공간이자, 푸른 나무와 고요한 산책로가 현대인의 쉼표가 돼준다. 경기전 안 어진박물관은 전통과 디지털 체험을 연결한다. 몰입형 미디어로 왕의 어진을 새롭게 보고, AI 기반 ‘나만의 어진 만들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한 관람객은 “왕의 모습을 내 손으로 꾸미는 경험에 잠시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골목 끝자락,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우리 술의 뿌리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누룩과 쌀, 물이 빚어내는 집술의 정성과, 직접 술 빚기에 도전하는 체험객들의 설렘이 묻어난다. “막걸리를 빚으니 조용했던 마음이 둥글어졌다”며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전한 참가자도 있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흐린 날씨라 오히려 더욱 운치 있었다”, “사진 찍기엔 이 계절이 최고” 등 가을 특유의 무드와 한옥의 고요함이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전주는 단순한 전통 관광지 그 이상이 되고 있다. 어제를 품으며 오늘의 취향과 감수성을 채워주는 도시, 작은 선택이 우리의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골목길과 한잔의 전통술, 한복 자락 흩날리는 순간이 이 도시를 특별하게 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때론 그런 순간들이 우리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둔다. 전주 한옥마을의 고즈넉함은 그 자체로 지금의 우리에게 소중한 라이프 스타일이 됐다.

이소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전주한옥마을#경기전#전주전통술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