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20선 약보합 마감…코스닥, 정책 기대에 1%대 강세
코스피가 1일 장 초반 상승 출발에도 일본 통화정책 변수와 기관 매도 물량에 밀리며 3,920선에서 소폭 하락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은 정부의 시장 활성화 대책 기대감이 이어지며 1% 넘게 오르는 등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일본의 금리 정책 변화 가능성과 미국 소비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2포인트 0.16 퍼센트 하락한 3,920.37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41.33포인트 1.05 퍼센트 오른 3,967.92에서 출발해 장중 3,977.31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전날 1.51 퍼센트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331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29억 원, 2,155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직전 거래일 코스피 현·선물 시장에서 2조370억 원을 순매도한 뒤 이날 매수세로 돌아섰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5,054억 원을 순매수해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린 1,469.9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소폭 하락하며 외국인 자금의 되돌림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초반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의 상승 영향으로 상승 폭을 키웠다. 앞서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 연휴로 조기 폐장해 거래 규모는 줄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 확대 기대가 부각되며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강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지난주 말 1.8 퍼센트 상승해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장중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우에다 총재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통화완화 정도를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적절하게 조율하겠다고 언급하며, 적절한 금리 인상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 발언 이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낙폭을 2 퍼센트대까지 키웠고, 국내 증시에도 약세 압력을 전가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유입되면서 코스피 하락 폭은 제한됐다. 11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이 미국 관세 우려에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점도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일본의 금리 인상 이슈가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낙폭을 확대했으나, 외국인 매수세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유입돼 관련 종목 강세가 전체 시장 하락을 어느 정도 제어했다고 평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0.30 퍼센트, SK하이닉스가 1.51 퍼센트 오르며 반도체 대표주 강세를 이끌었다. 2차전지와 바이오, 금융 대형주도 일부 동반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3 퍼센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61 퍼센트, KB금융은 1.20 퍼센트 상승 마감했다.
반면 자동차와 중공업, 방산 업종은 약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2.68 퍼센트, 기아는 1.58 퍼센트 내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6 퍼센트, HD현대중공업은 3.74 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58 퍼센트 떨어져 낙폭을 키웠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가 3.93 퍼센트, 운송장비가 2.66 퍼센트, 음식료가 2.11 퍼센트 하락하며 지수 약세를 이끌었다. 반대로 운송창고 1.79 퍼센트, 전기전자 0.43 퍼센트, 유통 0.83 퍼센트 업종은 상승하며 지수 방어에 기여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날 전 거래일보다 9.71포인트 1.06 퍼센트 오른 922.38에 마감했다. 지난 11월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코스닥은 직전 거래일에 이어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8.02포인트 0.88 퍼센트 높은 920.69에서 출발해 장중 상승 폭을 점차 확대했다.
수급 측면에서 코스닥시장은 기관이 3,695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698억 원, 1,76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기관 중심의 매수세가 정책 기대와 맞물리며 성장주 및 중소형주 강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 종목 가운데 에코프로는 10.06 퍼센트 급등했다. 헝가리에 유럽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수세가 집중됐다. 2차전지 소재 업체 에코프로비엠도 6.00 퍼센트 오르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정부의 성장동력 육성 기조와 유럽 생산기지 확대 기대가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주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알테오젠이 1.69 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가 4.68 퍼센트, 코오롱티슈진이 2.22 퍼센트, 리가켐바이오가 1.29 퍼센트, HLB가 3.52 퍼센트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성장 섹터에 대한 선호가 재부각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여파는 사이버 보안 관련주의 동반 급등으로 이어졌다. 소프트캠프는 29.98 퍼센트 급등했고, 지니언스도 15.11 퍼센트 오르는 등 보안 솔루션 수요 확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보안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관련 업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일부 성장주는 차익 매물에 조정을 받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18 퍼센트, 펩트론은 6.62 퍼센트, 파마리서치는 15.21 퍼센트 하락 마감했다.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던 일부 종목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종목 간 차별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11조7,710억 원, 코스닥시장은 11조7,1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한 거래대금은 6조5,683억 원을 기록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일본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과 미국 소비·물가 지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등을 가늠하며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