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파손의 분노”…메드베데프, 1회전 탈락→US오픈 사상 초유의 벌금
분노와 아쉬움이 뒤섞인 메드베데프의 표정은 패배만큼이나 현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세계 랭킹 13위로 2021년 US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메드베데프는 예기치 못한 심판 판정 논란과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혀 다른 무대를 보여줬다. 벤치에 앉아 라켓을 여러 차례 힘껏 내리치는 그의 모습에 관중석의 긴장감도 극에 달했다.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펼쳐진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는 프랑스의 뱅자맹 봉지와 마주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봉지에 몰리던 메드베데프는, 서브 과정에서 한 사진기자가 코트에 진입하며 경기 흐름이 엇갈리는 순간을 맞이했다. 체어 엄파이어가 봉지에게 다시 퍼스트 서브 기회를 제공하자 메드베데프는 날 선 항의를 쏟아냈고, 심판이 빨리 자리를 뜨고 싶다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접전 끝에 5세트 2-3(3-6 5-7 7-6 6-0 4-6)로 고배를 마신 메드베데프는 경기 종료 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라켓 여러 개를 부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담겼고, 현지 언론과 팬들은 거칠었던 그의 행동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비신사적 행위로 벌금 3만 달러, 라켓 파손으로 1만2천500달러 등 총 4만2천500달러(약 5천9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는 1회전 탈락 상금 11만 달러의 3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불과 2년 전 정상에 섰던 메드베데프의 에너지는 최근 몇 개월 큰 굴곡을 겪었다. 호주오픈 2회전 이후 프랑스오픈, 윔블던, 이번 US오픈까지 모두 1회전에서 발이 묶였다.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자신감을 잃은 듯, 연이은 조기 탈락과 벌금 징계로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긴장 어린 관중의 탄식과 환호, 그리고 코트를 떠나는 메드베데프의 등은 무엇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자아냈다. 챔피언의 자존과 흔들림이 다시 코트 위에 설 수 있을지, 팬들과 테니스계는 조용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US오픈 남자 단식의 깊은 밤은 남모를 상처와 함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