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사본만으로 개통”…이통사 외국인 인증 부실, 대포폰·보이스피싱 우려
여권 사본 등 제한적 서류만으로도 외국인 이동통신 회선 개통이 가능해진 현행 구조가 대포폰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본인확인 절차가 미비하다는 사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사업자별로 본인확인 기준이 상이하고, 일부 이통사는 여권 사본만 제출해도 후불 휴대폰 회선을 개통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20년 203만명에서 2023년 265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후불 통신 상품 수요가 커지며 이통사 역시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확대하는 상황이나, 내국인은 신분증 스캐너로 실물 확인을 거치는 반면 외국인은 여권 스캔만으로 개통이 이뤄져 서류 진위 검증이 사실상 어렵다. 이런 규제 공백이 대포폰 양산과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의 온상이 된다는 게 국회 측의 분석이다. 2023년 기준 외국인 명의 대포폰 적발이 7만 건을 돌파했고, 올해 7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만도 8000억원에 이른다. 연 환산 시 피해액은 1조3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업계 일부에선 아예 현지 모집책을 통해 베트남, 네팔 등에서 여권 사본을 수집해 국내 출장 전 유심을 먼저 송부, 입국과 동시에 회선이 개통되도록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취업·유학 알선업체를 동원한 방식으로, 대면 본인확인 원칙과도 어긋난다. 입국 뒤에는 외국인 등록증 사본만 제출해 명의변경이 가능하며, 별도의 대면 절차를 거치지 않는 허술한 관리가 동시에 지적된다.
최형두 의원은 당국과 업계에 외국인 회선 개통시 본인확인 강화, 신분증 사본 판별 솔루션 및 출입국관리 연계 시스템 구축, 유심 이용 연장시 추가 인증, 다량 개통 유통점 전수 조사와 상시 모니터링 등 통합대책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이슈는 IT통신 산업이 본인확인 절차에서 기술 신뢰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사회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주요 통신사들은 해외 사례와 같이 부정가입방지시스템(BAR, Block Against Registration) 고도화 및 AI 기반 진위 판별 솔루션 접목 등 보안 체계를 보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이동통신 개통 제도 개선 없이는 대포폰, 보이스피싱 범죄 차단이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사안이 실제로 본인확인 기술 고도화와 제도적 정비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