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여 증거는 없다"면서도 "권력 유지용 계엄"…김건희 내란 특검 결론 후폭풍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내란 공방과 김건희 여사 논란이 다시 격돌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의 계엄 관여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자 정치권은 즉각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해 왔다고 판단하면서도, 김건희 여사가 계엄 기획과 실행에 직접 관여했다는 물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비상계엄의 성격을 권력 독점과 유지 수단으로 규정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 병력을 동원해 입법부와 사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 했다는 수사 결론을 설명하면서, 계엄 결정의 배경에 권력 유지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문제의 권력 유지 범주 안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등 각종 의혹과 야권의 특검 요구, 검찰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계엄 기획 회의에 참여해 방향을 제시했다거나, 구체적인 군 작전을 지시했다는 정황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계엄 논의가 오갔던 대통령 관저 내 모임과 회의, 계엄 선포 당일을 전후한 일정 전반을 추적했지만, 김 여사가 계엄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이나 문건은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수사는 계엄 실행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기 위해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한 군 수뇌부와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계엄 선포 당일 김건희 여사를 근거리에서 보좌한 행정관과 의료진까지 폭넓게 소환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 동선과 통화 내역, 메신저 기록 등을 분석했지만 직접 지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특검이 동시에 제시한 대통령 부부 갈등 정황은 정치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계엄 선포 직후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는 관계자 진술이 확보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너 때문에 다 망쳤다는 취지로 고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모든 게 망가졌다는 표현까지 쓰며 심한 절망감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검은 이 발언이 계엄 실패로 인해 대통령 부부가 구상해 온 국정 운영 구도와 사법 리스크 방어 전략이 무너졌다고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해석했다.
수사팀은 다만 이 같은 진술을 김건희 여사가 내란 모의에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로 보지는 않았다. 특검은 김 여사가 평소 인사와 국정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계엄 실패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강하게 표출됐을 수 있다며, 관련 진술을 국정 운영 구조를 드러내는 보조 자료로 제시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특검이 김건희 여사의 내란 가담 의혹을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야권은 검찰과 사법부가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혹,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에 담긴 메모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미궁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관계자들은 김건희 특검에서 다뤄지지 않았거나 수사 강도가 약했다고 보는 사안들과, 내란 특검이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한 사건들을 묶어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계엄의 직접 주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계엄 결정을 촉발한 원인 제공자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논리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수사 결과가 향후 내란 관련 재판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비상계엄 모의 시작 시점을 2023년 10월 이전으로 특정하고, 모의 단계부터 실행 준비, 사후 정국 관리까지 내란 전 과정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또한 특검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축적하려 했다는 군사작전 계획의 실체를 추적해 24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를 재판에 넘겼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정황 정리가 향후 법원이 내란과 국헌문란 혐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계엄 사이 연관성 문제도 여론이 아닌 법리 차원에서 재검토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내란 특검 결론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모순된 이미지를 동시에 남겼다. 계엄 관여 증거는 없다는 결론과, 사법 리스크가 계엄 결정을 추동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란히 제시되면서, 권력 유지와 개인 리스크 방어 사이 경계가 어디까지였는지에 대한 논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부부싸움 진술이 전해지며 대통령 부부의 사적인 갈등이 국가 중대사 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부속실과 참모진이 국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텔레그램 메시지로 상징되는 비선 라인이 어느 수준까지 개입했는지 등 구조적 문제도 재조명되고 있다.
정치권은 내란 특검 수사 자료와 공소장을 토대로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2차 특검 필요성을 놓고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사법부가 내란 사건 재판을 통해 어느 수준의 책임을 인정할지, 그리고 국회가 요구하는 추가 수사가 실제로 이뤄질지에 따라 정국은 다시 큰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후속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제도 개선과 책임 규명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