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이오공정 잡아라”…한국바이오협, 소부장 진출 교두보 마련
바이오의약품 공정 핵심 소재와 장비가 인도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첨단기술 컨벤션 BTS 2025에 참가해 국산 바이오 소재·부품·장비를 집약적으로 선보이며, 인도 바이오 생산기지와의 공급망 연계를 본격 모색했다. 업계에서는 인도의 CDMO와 제약사 투자가 확대되는 현 시점을 K바이오 소부장의 글로벌 진입 창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BTS 2025에 한국 바이오 소부장 홍보관을 꾸리고 참여했다고 21일 밝혔다. BTS 2025는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인도의 전략 산업을 망라한 기술 전시와 비즈니스 매칭 행사로, 60개국 10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국산 세포배양 배지, 여과 필터, 크로마토그래피 레진, 각종 검출키트와 더불어 덴탈용 레진, 호흡기 필터, 탄소 소재 의료기기, 방사성의약품 기반 치료제 등 바이오 생산과 진단, 치료 전주기를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집중 소개했다.

이번에 전시된 품목은 모두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부장으로, 인도 내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세포유전자치료제 확대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분야다. 세포배양 배지와 크로마토그래피 레진은 세포 성장과 단백질 정제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공정 수율과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직결된다. 협회는 국내 기업이 확보한 공정 최적화 기술과 품질 관리 역량을 강조하며, 인도 바이오 생산기업의 밸류체인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인도 기업과 거래 이력을 가진 셀세이프와 마이크로디지탈은 개별 부스를 통해 현지 파트너와 신규 고객 발굴 상담을 진행했다. 셀세이프는 세포배양과 관련된 소모성 소재와 시스템을, 마이크로디지탈은 진단과 분석 장비를 전면에 배치해 기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공급 범위 확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방문객들은 인도 생산기지에서 요구되는 품질 기준과 납기, 서비스 체계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하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전시뿐 아니라 인도의 기술 스타트업과 혁신 사례를 조명하는 온라인 영상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 흐름과 협회의 기업지원 활동을 소개했다.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 품질관리 수준, 임상·허가 경험 등을 중심으로 설명했고, 양국 바이오 기업 간 공동 연구, 원부자재 공급,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협력 시나리오도 언급됐다. 인도 측 매체는 특히 한국의 공정자동화와 디지털 품질관리 시스템을 활용한 효율성 제고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채널도 이번 홍보전에 힘을 보탰다. 행사 첫날 한국대사관 인도 첸나이 김창년 총영사가 한국 바이오 소부장 홍보관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 총영사는 그동안 한국과 인도가 자동차와 전자 등 제조업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해 왔다며, 앞으로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 같은 고부가가치 바이오 분야에서도 양국 교역이 크게 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대사관과 연계해 인도 내 유관 기관, 주정부, 산업단지와의 네트워크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둘째날에는 인도 최대 바이오의약품 기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 홍보관에서 바이오공정을 총괄하는 부사장과 별도 미팅이 진행됐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한국산 배지, 필터, 레진 등 공정용 소부장과 진단 키트, 의료기기 제품군을 소개하며, 기존 글로벌 메이저 공급사 대비 품질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향후 한국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을 직접 초청해 기술 프레젠테이션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는 자리를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는 최근 10대 제약사 대부분이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자회사 중심 CDMO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바이오 공정용 소재와 장비에 대한 수입 수요가 커지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의 생산기지가 집중되는 가운데, 생산 효율을 높이고 품질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협회는 BTS 2025를 계기로 국산 소부장 기업이 인도 현지 생산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바이오 생산 거점에서 인도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의약품 생산 경험을 쌓아온 만큼, 향후 한국 기업이 인도와 협력해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제3국으로 수출 교두보를 넓힐 수 있는 통로로도 주목된다. 협회는 인도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든 뒤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아세안 국가들로의 진출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방사성의약품과 탄소 소재 의료기기 등 특화된 분야는 현지 파트너와 공동 임상과 허가 전략 수립이 병행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전무는 인도 주요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 투자 확대 흐름을 거론하며, 국산 소부장이 실제 의약품 생산 라인에 채택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에서의 성공적인 공급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 범위를 넓혀 K바이오 소부장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인도 행보가 실질적인 수출 계약과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