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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계층 공공진료 플랫폼”…간호사 봉사, 디지털헬스 사각지대照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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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비보험 취약계층이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 흐름 속에서도 기본적인 대면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는 이 공백을 메우는 공공진료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향후 원격의료와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가 접목될 수 있는 교두보로 주목받는다. 대한간호협회 중앙간호돌봄봉사단이 2년 넘게 이 현장을 지킨 끝에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공공의료 인프라와 디지털 헬스 기술을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논의도 부상하는 분위기다.

 

대한간호협회는 중앙간호돌봄봉사단이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해 인간의 고난을 덜고 복지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수상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12월 20일 중앙간호돌봄봉사단에 감사패를 전달하며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해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수상 사유로 제시했다. 누구나진료센터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 미등록 이주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무료 진료를 제공하는 공공의료 사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접근이 어려운 집단을 위한 오프라인 거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수상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 진행된 지속적인 간호 돌봄 봉사 활동의 결과다. 봉사단은 이 기간 동안 총 24회에 걸쳐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 참여해 약 5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활력징후 측정과 문진을 수행했다. 이러한 기초 데이터 수집과 위험 징후 선별은 향후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나 공공 건강데이터 플랫폼과 연계될 경우, 취약계층의 질환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디지털 헬스 서비스를 설계하는 기반 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진료 봉사와 별도로 봉사단은 진료 봉사 활성화를 위한 100여 회의 간담회에도 참여해 의료 서비스 프로세스 개선에 기여했다. 오프라인 진료 흐름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은 향후 모바일 사전 문진, 다국어 챗봇 기반 증상 체크, AI 기반 위험도 분류 시스템 등을 도입할 때 표준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환자의 언어·문화 장벽을 고려하면, 디지털 문진 시스템에 다국어 지원과 직관적 UI를 구축해야 한다는 실증적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봉사단은 진료 참여 대상자 모집을 위한 홍보, 자원봉사자 교육, 관련 활동에 대한 대한간호협회 기사 보도 및 홈페이지 게시 등 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도 병행했다. 이는 의료 인프라의 물리적 확충뿐 아니라, 정보 접근성과 신뢰 형성을 통한 수요자 발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실제 취약계층에게 도달하려면, 유선 안내와 SNS 홍보뿐 아니라 이 같은 지역 커뮤니티 기반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간호돌봄봉사단의 활동은 단순한 건강상담을 넘어 생명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3년 11월 봉사단 소속 간호사들은 인천적십자병원 공공의료본부 박미자 팀장과 함께 누구나진료센터를 찾은 50대 러시아 국적 이주노동자의 뇌졸중 전조증상을 신속히 포착해 응급의학과로 의뢰했다. 이후 정밀검사에서 뇌동맥류가 의심돼 응급 전원 및 치료가 진행됐고, 누구나진료센터가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조기 발견과 비용 지원이 결합해 실제 치료로 이어진 사례로, 향후 웨어러블 기기 기반 활력징후 모니터링이나 AI 위험 예측 모델과 연동될 경우 예방 가능 질환에 대한 공공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은정 중앙간호돌봄봉사단 단장인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는 이번 상이 단원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헌신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주말 이른 시간에도 기꺼이 현장을 찾은 봉사자들 덕분에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이 최소한의 진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번 수상이 그간의 노력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만큼 앞으로도 더 따뜻한 돌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주도 봉사 모델이 공공병원, 민간병원, 지역 보건소,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확장될 경우, 인력 부족이 심각한 1차 의료 현장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는 2022년 7월 개소 이후 국민건강보험 혜택에서 벗어난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외래 진료를 제공해왔다. 아직 별도의 디지털 플랫폼이나 원격진료 시스템을 본격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정기 진료와 활력징후 데이터 축적, 다국적 환자군 경험은 공공 디지털 헬스 거점으로 전환될 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다국어 예약, AI 통역 지원, 클라우드 기반 진료 기록 관리 등의 기술을 더하면, 국내에 머무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 건강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상호운용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간호돌봄봉사단은 12월 20일 봉사를 끝으로 누구나진료센터에서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2년 넘게 이어진 간호사들의 헌신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에게 큰 희망이 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공진료 모델이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의료, 인공지능 기반 예후 예측 서비스와 단계적으로 결합할 경우,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포용적 헬스케어 생태계를 설계하는 실증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와 의료계, 공공기관이 협력해 기술과 제도의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공공헬스케어 혁신은 제한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대면 공공의료 인프라와 디지털 헬스 기술, 재정 지원 체계의 균형 있는 결합이 지속 가능한 의료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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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중앙간호돌봄봉사단#인천적십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