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처리 뒤 경찰법 상정”…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사흘째 필리버스터 격돌
정기국회 막판 입법 주도권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시 맞붙었다.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표결로 정리되자마자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둘러싼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면서, 국회 본회의장은 사흘째 대치 정국에 빠져들었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온 은행법 개정안이 표결로 처리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을 투표로 종결한 뒤, 친여 성향 군소 야당과 공조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해 사실상 퇴장 전략을 택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재석 171명 중 찬성 170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반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던졌다. 박홍배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정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런 식으로 규정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세부 규정 방식에 대한 이견이 드러난 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보험료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특정 비용을 가산금리로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그동안 은행들이 보험료 등 부담금을 대출금리에 전가해 수익자부담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법이 추진됐다.
은행법 처리가 끝난 뒤 국회는 곧바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 개정안은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할 경우, 현장에서 경찰관이 직접 제지하거나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접경 지역 안보위협 행위를 경찰 단계에서 차단하는 장치를 법률에 명문화하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일명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의 부활이라고 규정해 반대해 왔는데, 이번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며 또다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이미 2일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법안 제안설명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본회의에서 "접경 지역 위험 행위로 야기될 수 있는 군사적·외교적 긴장을 현장에서 최소화해 국민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 권한을 보완해야 한다는 논리다.
첫 토론자로 나선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강경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폈다. 그는 "김정은이 싫어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대한 조치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도한 입법이라는 비판이다.
여야의 필리버스터 공방은 사법 개혁 법안 처리 방침을 둘러싼 전략 대립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사법 개혁 법안을 일괄 처리하려 한다고 보고, 이에 맞서 사실상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방침에 따라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에 이어,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였던 11일부터 연속으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의 대치는 14일 낮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본회의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고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전술은 일단락되지만, 후속 입법을 둘러싼 대립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1일부터 24일까지 본회의를 다시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 개혁 관련 법안을 순차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사법 체계 개편을 둘러싼 쟁점 법안이 대거 상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추가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며 정면 충돌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여야의 필리버스터 대치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각종 쟁점 법안을 두고 절차적 저지 수단과 입법 강행 전략이 맞부딪치는 소모적 공방을 반복하는 가운데, 향후 임시국회 회기에서도 사법 개혁과 안보 관련 법안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이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