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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한옥과 커피 향으로 물든 강릉”…고즈넉한 여정 속 특별한 일상의 재발견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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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린 날씨에도 일부러 먼 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비 오는 아침, 강릉의 한옥과 커피 내음은 예전엔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일상의 깊이를 더하는 풍경이 됐다. 습도 97%의 싸늘한 공기 속에서 오히려 자신만의 차분한 하루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SNS에는 강릉 여행 사진이 흔하게 올라온다. 고즈넉한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오죽헌에서 옛사람들의 숨결을 마주하거나,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든 모습이 인기를 끈다. 실제로 14일 강릉의 기온은 15.6도, 촉촉한 공기 덕분에 산책이나 미식 여행을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오죽헌에 들어서면 단아한 팔작지붕 아래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대나무 숲 안에서는 바람에 스치는 잎사귀 소리가 깊은 사색을 불러온다. 강릉의 오래된 집들은 사계절 내내 쉼표 같은 존재로 남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오죽헌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오죽헌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여행업계 조사에 따르면 명소 뿐 아니라 한옥, 로컬 시장, 개성 있는 카페를 중심으로 한 여행이 크게 늘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그런 흐름을 이끄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전문 바리스타들의 손길이 닿은 갓 볶은 원두 향이 공기 가득 번진다. 방문객들은 기다림 끝에 받은 커피와 함께, 특별한 디저트를 곁들여 일상의 작은 쉼을 즐긴다. “커피의 본질은 향과 온기에 있다”고 한 바리스타는 느꼈다. 그만큼 요즘의 여행은 먹거리, 멋,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의 힐링으로까지 이어진다.

 

중앙시장 역시 살아나는 거리 풍경을 보여 준다.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신선한 해산물과 특산품을 둘러보고, 바삭한 강릉 수제 어묵고로케를 맛보는 것이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꼭 비 오는 날에 시장을 걷고, 뜨거운 어묵을 먹는 게 제맛”이라는 댓글이 인기를 얻는다. 커뮤니티에서는 “기분이 꿀꿀할 때 무작정 강릉행 기차에 올라, 골목골목을 누빈다”는 여행담도 자주 나온다. 요즘 강릉은 그저 ‘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의 숨을 고르는 장소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감각적 자기 보상’이라고 읽는다.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하루, 반복적인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옛 건축, 정원, 향기, 맛을 차근차근 음미하려는 마음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여행이 단지 멀리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내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물리적 쉼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일지라도, 고즈넉한 한옥 산책이나 시장 소풍, 따뜻한 커피 한 잔은 우리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흐린 날씨와 담담하게 어우러진 강릉의 하루.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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