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총리, 네이버 각세종 방문…AI 인프라 점검
인공지능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2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세종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각세종을 방문해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클라우드 설비와 자산관리 로봇,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기술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향후 국내 AI 인프라 전략과 민관 협력 방향을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이날 현장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동행해 각세종에 적용된 첨단 AI 인프라 구조를 상세 설명했다. 양측은 이어진 간담회에서 대규모 연산 자원 확보, 클라우드 활용, 친환경 데이터센터 확산 등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 방향과 민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 경험을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각세종은 2023년 11월 가동을 시작한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표방한다. 하이퍼스케일은 초대규모 연산과 저장 자원을 집적해 AI 학습과 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네이버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 서비스 배포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컴퓨팅 인프라로 묶어 처리하는 구조를 구성해 기존 분산형 인프라 대비 자원 활용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센터 내에는 시설 운영을 지원하는 자산관리 자동화 로봇도 도입됐다. 이 로봇은 서버 랙 점검, 장비 이동, 간단한 유지보수 보조 작업 등을 수행해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장애 대응 시간을 단축하는 역할을 한다.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수만 대 이상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집적되는 만큼, 로봇을 활용한 운영 자동화 수준이 곧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세종은 지진과 침수,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도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해 대비 시스템을 갖췄다. 전력 이중화, 냉각 설비 다중 구성, 물리적 보안 강화 등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설계 요소에 더해, AI 서비스 특성에 맞춘 복구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AI 서비스는 실시간 추론과 대규모 학습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애 발생 시 복구 시간과 데이터 손실 최소화가 곧 서비스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 빅테크 기업들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며 연산 자원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함께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대형 센터 확충 계획을 내놓으면서, 전력 인프라와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설계, 지역 균형 발전과 연계한 입지 전략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각세종이 세종 지역에 자리 잡은 것도 행정수도 인근 디지털 거점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는 대규모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전력, 통신 인프라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정책 논의가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집적에 따른 전력 수급과 탄소 배출 문제, 개인정보와 공공데이터 활용 규정, 사이버 보안 기준 강화 등도 병행 과제로 꼽힌다. 이날 방문에서 논의된 민관 협력 방안에는 이러한 규제와 인프라 이슈에 대한 의견 조율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각세종과 같은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국내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을 가속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함께, 이를 활용할 소프트웨어 역량과 데이터 생태계, 제도적 지원이 맞물릴 때 비로소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