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가범죄 맞서 공조 강화"…한-태국 전략대화서 국방·경제 협력 확대 논의
온라인 스캠과 마약 범죄를 둘러싼 초국가범죄 대응을 놓고 한국과 태국 외교 당국이 맞붙었다. 국방·방산 협력부터 경제·인프라, 한반도 평화 문제까지 의제를 넓히며 양국 관계를 한층 격상하려는 구상도 함께 제기됐다.
외교부는 26일 서울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엑시리 핀타루치 태국 외교부 사무차관이 한-태국 전략대화를 열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회동은 국방과 경제, 역내 안보 의제를 포괄하는 고위급 협의체 형식으로 진행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두 차관은 우선 국방 및 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온라인 스캠과 마약 범죄 등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가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아세안 경찰 협력체인 아세아나폴과의 연계를 포함한 국제 공조 강화 방안을 긴밀히 모색하기로 했다.
박윤주 차관은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제도적 어려움도 집중 제기했다. 그는 태국 내 외국인 지분 제한, 태국인 고용 비율 요건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설명하며 "투자 환경 개선과 규제 완화를 위해 태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는 것이 외교부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엑시리 핀타루치 차관은 태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측이 제기한 규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하며, 양국 간 경제·투자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두 차관은 현재 협상 중인 한-태국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CEPA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측은 CEPA가 체결될 경우 교역·투자 확대와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조속한 타결을 위해 외교 채널과 실무 협의를 통해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협력 분야는 인프라와 디지털, 기후·환경으로도 확장됐다. 두 차관은 한-태국 합작산업단지 조성 등 인프라 협력 구상과 함께 디지털 금융, 녹색 협력,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발굴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역내 안보와 한반도 정세도 주요 의제였다. 두 차관은 한반도 문제, 한-아세안 협력, 역내·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양측이 역내 안정과 규범 기반 질서의 중요성을 공유했으며, 다자 외교 무대에서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략대화에 이어 통일 분야 고위급 접촉도 이뤄졌다. 통일부는 같은 날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엑시리 핀타루치 차관과 면담을 갖고, 태국을 포함한 아세안과 그 협의체가 아세아지역안보포럼 ARF 등을 활용해 한반도와 동남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남중 차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아세안이 가진 중재·조정 역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엑시리 핀타루치 차관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의 깊은 역사와 우정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는 태국과 한국이 다양한 다자 협의체에서 긴밀히 협력해 온 경험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한-태국 전략대화와 차관급 면담을 계기로 국방·경제·안보 전 분야에서 협력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향후 한-아세안 협력 틀과 ARF 등 다자 무대를 적극 활용해 초국가범죄 대응과 한반도 평화 외교를 병행하는 전략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