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영유아 검진 인력 기준 완화 필요"…국민권익위원회, 제도 개선 권고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의료취약지역과 국민권익위원회가 맞붙었다.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물음은 새로 출범한 정부 조직 개편 국면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진기관 부족과 낮은 수검률이라는 현상 뒤에는 지방 의료 인력난과 부모 돌봄 부담이라는 이중의 정책 과제가 겹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1일 의료취약지역의 영유아 건강검진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관계기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생후 14일부터 71개월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8차에 걸쳐 진행하는 국가건강검진 제도다. 그러나 농어촌과 일부 도서·벽지 등에서는 검진기관 자체가 부족해 수검률이 떨어지고, 보호자의 이동·시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권익위는 우선 검진기관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인력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검진기관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의 경우 영유아 건강검진 인력 기준을 완화해 비상근 인력으로도 검진기관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상시 근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 의료기관에도 영유아 검진 참여 문을 열어 수검 기회를 넓히려는 취지다.
교육 현장에서 제기돼 온 중복 검진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내놨다. 권익위는 "새 학기 전 영유아 건강검진의 모든 회차를 이미 완료한 경우 유아교육기관의 현황 기록·관리만을 위한 추가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관련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17개 시·도 교육청에 매뉴얼 개정을 권고했다. 국가검진을 마친 아동에게 다시 검진을 요구하는 관행을 줄여 학부모 부담과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보호자의 돌봄권 보장을 위한 휴가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권익위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위해 보호자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때 기존 유급 휴가와는 별도로 추가 유급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331개 공공기관에 정책 제안했다. 영유아 검진을 위해 연차휴가나 무급 가족돌봄휴가를 소진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최소한 공공부문부터 별도 유급휴가를 제도화하자는 방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권익위 권고가 저출생 대응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다만 재정 여력과 인력 수급 문제를 이유로 실제 제도 반영까지 상당한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가 향후 협의 과정에서 권익위 제안을 얼마나 수용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향후 회기에서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와 돌봄휴가 확대 방안을 놓고 추가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날 권익위가 제시한 권고와 정책 제안은 관계부처 검토 절차를 거치게 되며, 정부는 의료취약지역 지원과 영유아 돌봄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