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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B으로 궤양도 예방한다"…대웅, 펙수클루 20mg 확대 출시는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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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B 계열 위산분비 억제제가 단순 치료를 넘어 소염진통제 유발 소화성 궤양 예방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웅제약이 국내 최초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즉 NSAIDs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화성 궤양의 예방 효능을 인정받은 펙수클루 20mg을 출시하면서다. 업계에서는 국산 위장약 신약이 예방 시장까지 파고들며 PPI 중심이던 위산억제제 지형에 변곡점을 만들지 주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프라잔염산염 성분의 P-CAB 계열 위식도 역류 치료제 펙수클루 20mg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은 식품의약품 규제 기준에 따라 NSAIDs 유발 소화성 궤양 예방 효능과 용법을 공식적으로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허가된 P-CAB 중 해당 적응증을 확보한 것은 펙수클루가 처음으로, 회사 측은 국산 신약의 실제 임상 활용 폭이 한 단계 넓어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P-CAB, 즉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는 위벽의 양성자 펌프에 직접 작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군으로, 기존 양성자펌프억제제 PPI 대비 작용 발현이 빠르고 음식 섭취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펙수클루 20mg 역시 복용 후 빠르게 위산을 낮추고 하루 한 번 투여만으로도 효과가 장시간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소염진통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 환자에게서 위장 부작용 우려를 줄이는 예방 옵션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예방 효능과 안전성은 국내 다기관 임상 3상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소화기 분야 학술지에 소개된 Gut Liver 연구에서, 소염진통제를 최소 24주 동안 복용해야 하는 성인 423명이 펙수프라잔 20mg 혹은 기존 PPI 계열인 란소프라졸 15mg을 함께 투여받았다. 내시경으로 확인한 위궤양 발생률은 펙수프라잔군 1.16퍼센트, 란소프라졸군 2.76퍼센트로 관찰됐고, 통계적으로 펙수클루가 기존 약에 비해 효과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두 약물군 사이 이상반응 발생률 차이도 크지 않아 장기 병용에서의 안전성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다.

 

소염진통제와의 약물 상호작용 위험도 별도 1상 연구에서 점검했다. 국제학술지 Clin Transl Sci에 발표된 시험에서 건강한 성인 111명에게 펙수프라잔과 나프록센, 멜록시캄 등 대표적인 NSAIDs 성분을 함께 투여한 결과, 각 약물의 혈중 농도 곡선이나 약리 작용에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추가 용량 조절 없이 표준 용량으로 병용 처방해도 무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20mg 출시로 펙수클루는 40mg, 20mg, 10mg 세 가지 용량 체계를 갖추게 됐다. P-CAB 계열 가운데 가장 세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면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급성 및 만성 위염 치료에 더해 NSAIDs 유발 소화성 궤양 예방까지 효능 범위를 넓혔다. 회사는 상위 용량은 증상이 뚜렷한 치료용으로, 20mg은 소염진통제 병용 예방과 유지요법 중심으로, 10mg은 경증 위장장애 관리 등으로 세분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국제 시장에서는 이미 위식도 역류 질환과 소화성 궤양 예방을 둘러싼 PPI와 P-CAB 간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P-CAB이 밤 시간대 위산 역류 감소와 빠른 증상 개선을 내세워 처방 점유율을 늘려가는 중이고, 미국에서도 고용량 PPI 장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 속에 대체 옵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NSAIDs 처방이 많은 북미와 유럽을 주요 타깃으로 펙수클루의 적응증과 임상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각국 규제당국은 예방 목적 위산억제제 장기 사용에 대해 이득과 위험을 면밀히 따지는 분위기다. 골밀도 감소나 감염 위험 증가 등 PPI 관련 논쟁이 있었던 만큼 P-CAB 역시 장기 복용 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도 소염진통제 의존도가 높은 고령 환자 비율을 고려할 때, 보험 급여 기준과 처방 적정성 관리가 중장기 시장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등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연구도 병행 중이다.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에서는 항생제와 고용량 위산억제제를 병용하는데, 빠르고 강한 위산 억제가 항생제 효과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펙수클루가 위식도 역류, 위염, 궤양 예방, 제균 치료까지 위와 식도 질환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 약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국가 임상과 라이선스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펙수클루 20mg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염진통제 복용 환자의 궤양 예방 효능을 확보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위장관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제약업계는 P-CAB 기반 국산 신약이 예방 영역까지 파고들며 글로벌 위장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실제 진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하느냐가 향후 시장 재편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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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펙수클루#펙수프라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