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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연구 확장…SK바이오팜, AES 2025서 임상 데이터 공개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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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치료 패러다임을 노리는 국산 신약이 글로벌 학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가 미국뇌전증학회 AES 2025 연례학술대회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발작 관련 임상 3상 결과를 포함한 10건의 연구 데이터를 공개한다. 청소년까지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와 새로운 제형 데이터를 포괄해, 세노바메이트를 광범위 항발작제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국산 중추신경계 신약의 글로벌 입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SK라이프사이언스는 내달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AES 2025에서 세노바메이트 관련 포스터 발표 10건을 진행한다. 전신 강직 간대발작 PGT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연구가 최신 임상 연구 초록 LBA로 선정돼 공개될 예정이며, 이 밖에 임상 효능과 안전성, 약동학 PK, 실사용데이터 RWD 등 다양한 축의 분석 결과가 함께 제시된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부분 발작을 적응증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중인 3세대 항발작제로, 뇌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줄이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9월 전신 발작 임상 탑라인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 AES에서 상세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세노바메이트가 부분 발작을 넘어 전신 발작까지 포괄하는 광범위 항발작제로 발전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PGTC 3상 데이터가 발작 유형 전반에서의 효과를 입증하는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제형 다변화를 통한 복용 편의성 개선 전략도 병행된다. 현재 정제 형태로만 시판 중인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SK라이프사이언스는 경구용 현탁액 제형의 임상 결과를 AES에서 공개한다. 경구 현탁액은 액상으로 복용량 조절과 투여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환자의 연령과 연하곤란 여부 등에 따라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형태다. 회사가 제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정제와 경구 현탁액 간 상대적 생체이용률은 유사하게 나타났고, 식사와 무관하게 투여 가능하다는 점도 입증됐다. SK바이오팜은 경구 현탁액에 대한 신약승인신청서 NDA를 연내 제출해 미국 내 허가와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령대 확장을 뒷받침하는 약동학 데이터도 첫선을 보인다. AES에서 발표될 분석에 따르면 만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부분 발작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PK 연구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약물 노출 수준이 성인에서 승인된 용량과 유사한 범위로 확인됐다. 회사는 이 결과를 근거로 향후 12세 이상 청소년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청소년기 발병이 잦고 장기 치료가 필요한 뇌전증 특성상, 연령 하향을 통한 환자군 확대는 매출뿐 아니라 치료 옵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학술 발표와 별도로 발작 감소를 위한 새로운 길을 비추다를 주제로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이 세션에서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치료의 진화 과정과 3세대 항발작제의 역할을 짚고, 실제 환자 치료 여정을 통해 초기 약제 선택이 장기 예후와 발작 소실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한다. 기존 1세대와 2세대 항발작제가 부작용과 불충분한 발작 조절로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반응률과 완전 발작 소실 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연자 구성도 글로벌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벨 클라인 미드애틀랜틱 뇌전증 수면센터장, 다니엘 베커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웩스너 메디컬센터 신경과 부교수이자 뇌전증 센터 디렉터, 라마나 상카르 UCLA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존 M. 스턴 UCLA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자 뇌전증센터 임상 프로그램 책임자 등 미국 내 주요 뇌전증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한다. 이들은 세노바메이트의 실제 임상 적용 경험과 약물 난치성 환자에서의 발작 조절 전략, 완전 발작 소실을 목표로 하는 치료 접근법에 대한 최신 견해를 공유할 예정이다.

 

글로벌 뇌전증 시장에서는 이미 3세대 항발작제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발프로산, 카르바마제핀 등 전통 약제에서 벗어나 안전성과 상호작용 부담을 줄인 신약 선호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고용량에서도 관찰되는 발작 빈도 감소 효과와 빠른 반응 속도를 차별점으로 내세워 왔다. 이번 AES에서 전신 발작과 청소년, 새로운 제형 데이터를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처방 영역을 넓히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임상 근거층을 두껍게 쌓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항경련제 시장 특성상 장기 복용에 따른 이상반응 관리와 약물 상호작용, 취약 계층에서의 안전성 등은 규제당국과 의료진 모두가 예민하게 보는 대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와 유럽 규제기관은 최근 중추신경계 약물에 대해 자살 충동, 인지 기능 저하, 심혈관계 이상 등 중대한 이상반응을 엄격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와 제형 추가 허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장기 안전성 데이터와 실제 진료 현장의 RWD가 중요한 심사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니타 미스라 SK라이프사이언스 글로벌 임상개발 및 메디컬 담당 부사장은 AES 2025가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발작 치료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입증하고,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함께 뇌전증 치료의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세노바메이트가 전신 발작과 청소년 환자, 새로운 제형까지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글로벌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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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sk라이프사이언스#세노바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