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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집해 항공유로…정부 CCU 메가프로젝트로 감축 속도전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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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를 공장에서 바로 포집해 메탄올과 지속가능 항공유 같은 연료로 전환하는 탄소자원화 기술 개발이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탄소 포집과 전환, 활용까지 묶는 전주기 CCU 실증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3806억 원을 투입한다. 탄소 중립 전환에서 병목이었던 실증 단계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으로, 업계에서는 한국 CCU 산업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2025년 제9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고 2024년 4차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의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 현장을 대상으로 전주기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 실증을 지원하는 CCU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예타 결과가 심의됐다.

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면서도 그동안 투자가 부족했던 분야라는 점, 그리고 사업계획의 경제성·실행능력을 종합해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총사업비는 3806억 원, 추진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이다.

 

CCU 메가프로젝트는 이산화탄소를 산업 현장에서 포집해, 중간 화학물질로 전환한 뒤 메탄올과 지속가능 항공유 같은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 실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집 단계에서는 굴뚝 배출가스 속 CO2만 선택적으로 거르는 분리막, 흡수제, 흡착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중간 전환 단계에서는 촉매 반응과 전기화학 공정을 활용해 CO2를 일산화탄소, 합성가스 등 활용 가능한 중간 물질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어 합성가스 기반 메탄올, 파라핀계 합성연료 등으로 이어지는 공정의 에너지 효율과 수소 사용량 저감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이번 사업은 공정 시뮬레이션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연구와 달리, 실제 철강·석유화학 등 다배출 업종에 설치 가능한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 구축과 실증을 목표로 한다. 탄소 포집 효율, 에너지 소비량, 제품 생산단가 등을 실측해 상용 플랜트 설계까지 연결하는 것이 특징으로, CCU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시장 측면에서는 CCU로 생산되는 메탄올과 지속가능 항공유가 주목받고 있다. 메탄올은 석유화학 원료이자 선박 연료로 수요가 늘고 있고, 지속가능 항공유는 국제항공 운송 규제 강화에 따라 주요 항공사의 의무 사용 비율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검증된 CCU 공정 패키지가 확보될 경우, 플랜트 수출과 라이선스 사업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CCUS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점도 사업 추진 배경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탄소 포집과 저장(CCS)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CO2를 합성연료와 화학제품으로 바꾸는 CCU 라인까지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포집·전환·활용을 묶은 대규모 실증이 부족해 기술과 사업모델 검증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CCU 메가프로젝트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경로를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동시에 CCU 기반 신시장 창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규제 정비가 필요한 만큼, 환경 인허가, 안전 기준, 제품 인증 체계 정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CO2로 만든 연료와 화학제품을 어떻게 저탄소 인증해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을지에 대한 제도 설계가 향후 관건으로 떠오른다.

 

이날 위원회는 CCU 메가프로젝트 외에도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연속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 환경·해양위성 천리안위성 6호 개발 사업을 새로운 예타 대상으로 선정했다. 천리안위성 6호는 대기환경과 해양 상태를 관측해 국가 환경 정책 수립을 뒷받침해온 천리안위성 2B호의 후속기로, 기존보다 환경 탑재체의 해상도를 높이고 관측 파장을 확대해 더 세밀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 감시가 가능하도록 개선된다.

 

해양 탑재체 역시 공간 분해능과 방사 보정 능력이 향상돼 적조, 녹조, 해양오염 확산 등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정부는 천리안위성 6호 개발 과정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 위성 플랫폼과 탑재체 핵심 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예타 조사에는 약 7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 여부와 규모가 결정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관련해서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URL 구축 사업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하고 곧바로 추진하기로 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지하연구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고, 국가재정법은 법령에 따른 필수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 강원도 태백시 내 부지에 2032년까지 구축되며, 실제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검증하는 시험장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지질 특성을 반영한 암반 조건에서 한국형 처분 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실험해, 장기적인 방폐물 처분 기술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향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거쳐 총사업비와 세부 내용이 확정된 뒤 착수된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타 제도 개편을 언급하며, 후속 제도 시행 전까지는 기존 예타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국가 역점 사업의 적시 추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예타 폐지 법안 시행 이후에는 신규 사업들이 보다 신속하게 착수되고 결과가 환류되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탄소중립, 기후 관측, 방폐물 관리 같은 인프라성 R&D가 실제 현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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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메가프로젝트#과학기술정보통신부#천리안위성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