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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원도심에 불 밝힌 신화와 예술”…제주 ‘문화의 달 축제’에 마음이 머문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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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서귀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평소라면 여행지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신화와 예술, 그리고 삶의 온기가 스미는 축제의 한 장면이 됐다. 10월 셋째 주, 서귀포 원도심과 천지연폭포를 배경으로 시작된 ‘문화의 달 축제’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을 담은 추억을 쌓는다.

 

축제 현장에선 제주 고유의 정취와 미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중섭거리, 새연교, 서귀진지 곳곳에서 펼쳐지는 버스킹과 거리공연, 플리마켓의 활기찬 풍경이 이어졌다. 특히 설문대할망 본풀이 주제공연에서는 오랜 시간 지역을 지켜온 이야기가 무대로 올라왔다.

제주 서귀포에서 펼쳐지는 미식부터 주제공연까지…‘문화의 달 축제’ 10월 17일 개최
제주 서귀포에서 펼쳐지는 미식부터 주제공연까지…‘문화의 달 축제’ 10월 17일 개최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 수년간 서귀포의 지역 축제 참여율이 꾸준히 올랐고, 제주문화예술재단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직접 행사에 참여하거나,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그만큼 축제가 단순한 ‘관광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과 문화를 연결하는 진짜 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축제 실무 관계자는 “오래된 제주 신화와 새로 들어온 예술,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힘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이라고 축제의 본질을 표현했다. “예전 같으면 관객이었을 관광객들도 이젠 플리마켓 상인이나 공연 참가자로 직접 축제를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고 나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제주에 살지만, 이번만큼은 다시 이곳을 사랑하게 됐다”는 공감형 답글들이 줄을 잇는다.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셈이다.

 

제주의 신화, 음악, 음식, 예술과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서귀포의 가을. 이 축제는 단지 관람을 넘어서 삶의 리듬을 새롭게 만드는 기호가 됐다. 작고 사소한 만남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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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문화의달축제#설문대할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