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이끌 적임자”…트럼프 경제참모 해싯, 차기 연준 의장 부상에 미 국채 시장 출렁
현지시각 기준 25일, 미국(USA)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떠올랐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이번 인선 구도가 알려지면서 미국 국채 시장이 즉각 반응했고, 장기 금리 하락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뒤를 이을 차기 연준 의장 후보 가운데 해싯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각 기준 25일 오전부터 보도가 확산되자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됐고, 기준물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까지 내려갔다.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해 온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완화적 통화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인선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복수의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막판에 예상 밖 인사를 선택해 온 전례를 거론하며, 공식 지명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인선이 굳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엇을 결정할지는 결정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켜봐 달라”고 언급해, 구체적 방향 공개를 피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정책 청사진을 설계한 핵심 참모로 꼽혀 왔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처음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유력 후보군으로 꾸준히 이름이 언급됐고, 감세와 규제 완화 등 친성장 정책의 이론 설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준 수장에 오를 경우 백악관의 성장·고용 중시 기조와 보조를 맞춘 보다 선제적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를 보인다. 이날 10년물 금리가 4%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은 해당 만기 국채 가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해싯 위원장의 연준행 가능성이 커질수록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고 폭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는 모습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채권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에 대비해, 미리 장기 국채 비중을 늘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가 연준을 이끌 경우 통화정책 독립성 논쟁이 재점화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보고서를 통해, 해싯 위원장 지명 시 연준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운용 완화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작업을 총괄해 온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미 후보군을 5명으로 압축해 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명단에는 해싯 위원장 외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포함돼 있다. 모두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평가된다.
베선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5명의 매우 뛰어난 후보자를 갖고 있으며, 그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 단수 후보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발표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하면서, 연말을 전후해 인선 방향이 뚜렷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 구체적인 일정 신호를 제공했고, 연준 의장 교체가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규정할 중대 변수임을 재확인시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글로벌 자금 흐름과 신흥국 통화가치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될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자극돼 주식과 회사채로 자금이 재배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과 일본(Japan),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정책 궤적에 맞춰 자국 통화정책을 조정해 온 만큼, 새 의장의 성향은 각국 정책 당국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인선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노선과 연준의 독립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시험대라고 평가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해싯 위원장이 지명될 경우 백악관과 연준 간 정책 조율이 지금보다 원활해질 수 있지만, 정치적 압력 논란이 재부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연준 수장이 누구라도 물가 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법정 목표를 포기하기는 어렵다며, 실제 정책 변화 폭은 시장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향후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의 공개 발언, 후보자들의 동선과 비공개 접촉 등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질서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