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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보조 AI로 심부전 잡는다…메디컬에이아이, 웨어러블서 병원까지 잇는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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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보조 인공지능이 심장질환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병원에서 촬영한 심전도뿐 아니라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데이터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되면서, 심부전과 심근경색을 병원 안팎에서 조기 포착하려는 시도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이 겨냥해 온 디지털 심장 진료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최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옴니버스파크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5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성과교류회에서 권준명 대표가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유공자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활성화에 기여한 인물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이번 표창에서 권 대표는 심전도 분석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국 100개 이상의 대형병원에 공급하고, 이를 토대로 상용화와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메디컬에이아이의 핵심 기술은 심전도 데이터에 특화된 진단보조 AI다. 의료기관에서 통상 측정하는 10초 분량 표준 심전도 1장을 인공지능으로 해석해 심부전과 심근경색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심초음파나 혈액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했던 심부전의 구조적 이상을, 표면 심전도 패턴에서 추론하도록 학습한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동일 시간과 동일 장비에서 얻는 심전도로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내, 진료 효율과 조기 선별 정확도를 함께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심전도 기반 비급여 AI 소프트웨어를 두 개 운영 중이다. 심부전 진단을 보조하는 에티아 엘브이에스디와 심근경색 진단을 돕는 에티아 엠아미가 대표적이다. 두 소프트웨어는 영상이나 검사 장비를 새로 도입하지 않고도 기존 심전도 인프라에 연동하는 구조여서, 병원 입장에서는 추가 인력 부담 없이 검사당 해석 정보를 확장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AI가 고위험 환자를 자동 표기해 의료진의 재검토를 유도하는 형태는 중소 규모 병원에서도 실무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어러블과 결합된 심전도 분석 기술도 글로벌 시장 진입 신호를 보이고 있다. 메디컬에이아이는 9월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1유도 심전도를 분석해 심부전을 진단 보조하는 AiTiALVSD-1L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조허가를 획득했다. 스마트워치 기반 심부전 진단 보조 기능으로 인허가를 받은 사례는 세계 최초다. 기존 웨어러블 심전도 서비스가 주로 심방세동 등 부정맥 감지에 머물렀다면, 메디컬에이아이는 동일 채널의 신호로 심근 기능 저하까지 추정하는 고난도 알고리즘을 적용해 적용 범위를 한 단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마트워치와 패치형 심전도 기기를 활용해 부정맥을 조기 발견하는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됐다. 다만 구조적 심부전까지 웨어러블 기반으로 선별하는 시도는 초기 단계여서, 관련 인허가를 선점한 국내 기업이 향후 심장질환 디지털 모니터링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규제 측면에서 메디컬에이아이 제품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관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조허가를 받은 AiTiALVSD-1L은 스마트워치 심전도 데이터를 의료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보험 적용 등 건강보험 제도와의 연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현재 에티아 엘브이에스디와 에티아 엠아미는 비급여 처방 형태로 사용되고 있어, 향후 실제 임상 성과와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 급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이 산업 확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준명 대표의 이력도 의료 AI 융합 인력의 전형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와 세종병원그룹 중환자응급의학부에서 임상 경험을 쌓았고, 세종병원그룹 인공지능빅데이터본부장을 거쳐 2019년 메디컬에이아이를 창업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AI 알고리즘 개발을 직접 수행하는 연구자로, 의료 인공지능 분야 SCI급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의학과 AI를 동시에 수행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권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메디컬에이아이는 혁신적인 의료기술과 사람을 연결해 치료 가능한 질환을 극복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아왔다며, 의료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워치 1유도 심전도 분석 기술을 세계 무대에서 선도하고 있다며, 병원을 벗어난 일상생활에서도 심전도 분석 인공지능으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메디컬에이아이의 심전도 분석 AI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병원 내 정밀 분석과 일상 속 웨어러블 모니터링을 AI로 연결하는 구조가 정착할 경우, 심장질환 관리 모델 자체가 예방과 조기 개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는 진단보조 AI가 제도와 임상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보험과 규제 체계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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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에이아이#권준명#심부전진단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