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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두근거림 반복된다면 홀터검사…부정맥 조기진단이 관건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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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리듬 이상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장기 심전도 모니터링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짧은 시간만 측정하는 일반 심전도로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의료 현장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형태로 24시간 이상 심전도를 연속 기록하는 홀터검사가 부정맥 조기 진단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고령 인구 증가와 심혈관 질환 관리 강화 흐름 속에 장기 심전도 모니터링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본다.

 

부정맥은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는 빈맥, 너무 느리게 뛰는 서맥,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를 통칭한다. 일반적으로 정상 심장 박동수는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로 알려져 있다. 맥박이 60회 미만이면 서맥, 100회 이상이면 빈맥으로 분류해 추가 평가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런 이상 박동이 항상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나 상황에서만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반 심전도 검사는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약 10초에서 30초가량 심장의 전기 신호를 기록한다. 검사 시간이 짧다 보니 증상이 없는 구간만 포착되면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 실제로 두근거림이나 가슴 답답함, 흉통 같은 증상을 자주 느끼지만 병원에서 시행한 심전도는 정상이어서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잠들기 전이나 새벽, 특정 활동 중에만 나타나는 간헐적 부정맥은 단발성 심전도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 24시간 이상 장기 연속 측정 방식의 홀터검사다. 홀터검사는 소형 레코더와 전극을 가슴에 부착한 채 24시간에서 48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심전도를 끊김 없이 기록한다. 환자는 식사, 걷기, 계단 오르기, 수면 등 평소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증상이 느껴지는 시점을 메모한다. 의료진은 기록된 심전도 데이터와 환자 증상 발생 시각을 대조해 어느 순간에 어떤 형태의 부정맥이 나타났는지 분석할 수 있다.

 

연속 측정 방식 덕분에 일반 심전도 검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심방세동, 발작성 빈맥, 간헐적 방실차단 같은 리듬 이상을 포착할 확률이 높아진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듯 수축하는 부정맥으로, 혈전 형성을 통해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응고제 치료나 시술로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장기 모니터링 검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권성진 수원나누리병원 심장내과 부장은 운동이나 커피, 알코올 섭취 후 일시적인 심박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두근거림이 반복되거나 이유 없는 어지러움, 불규칙하게 느껴지는 맥박이 이어진다면 초기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나 가족력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정기적인 심장 검사를 통해 리듬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홀터검사 장비는 소형화, 경량화, 배터리 효율 개선을 통해 환자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장비는 패치형 심전도 센서로 개발돼 전선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 간섭을 줄여 측정 순응도를 높이고 있다. 장기간 쌓이는 방대한 심전도 데이터는 의료진이 이용하는 분석 소프트웨어로 자동 분류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특정 패턴의 부정맥을 자동 검출해 판독 시간을 줄이는 기술도 도입되는 추세다.

 

해외에서는 이미 장기 심전도 모니터링과 디지털 심장 관리 서비스가 결합된 사례가 늘고 있다. 모바일 앱과 연동해 측정 결과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의료진이 원격으로 데이터를 검토하거나 이상 신호가 감지될 경우 경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와 분석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로 허가받아 보험 적용을 받는 사례도 확산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식약처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장기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와 패치형 센서가 의료기기로 심사를 받으며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다만 원격 모니터링과 데이터 전송을 의료 서비스로 어디까지 인정할지, 의료기관과 플랫폼 업체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단계다.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 데이터 보안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역시 산업 확산의 관건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부정맥 조기 발견이 심부전과 뇌졸중 같은 중증 합병증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복되는 두근거림이나 가슴 답답함이 있는데도 일반 심전도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 연속 측정이 가능한 홀터검사나 패치형 심전도 검사를 통해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산업계는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과 고령화 속도에 따라 장기 심전도 모니터링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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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홀터검사#심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