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연간 거래액 10억 넘으면 제동”…정부,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촘촘해진다
이해충돌 논란을 둘러싼 경계선에서 공직사회와 건설업계가 다시 마주섰다. 정부가 건축·건설 분야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심사를 촘촘하게 손보면서 전관 특혜 차단과 행정 효율화 사이의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9일 건축·건설 분야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심사를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건설 관련 설계·감리 시장 전반을 취업심사 그물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축·건설 분야에서 설계 또는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와 건축사사무소는 자본금 규모와 상관없이 연간 외형 거래액이 10억 원 이상이면 취업심사 대상기관으로 지정된다. 인사혁신처는 기존 기준이 자본금과 거래액 요건이 동시에 높게 설정돼 있어 실제 영향 범위가 제한적이었다고 보고 문턱을 크게 낮췄다.
지금까지는 자본금이 10억 원 이상이면서 연간 외형 거래액이 100억 원 이상인 사기업체, 또는 자본금 1억 원 이상이면서 연간 외형 거래액 1천억 원 이상인 사기업체만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중견·중소 규모 설계·감리업체 상당수가 새롭게 심사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가운데 부동산 개발과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취업심사 대상을 현행 2급 이상에서 3급 이상으로 확대했다. 조직 내 중간 간부급까지 퇴직 후 취업 흐름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인사혁신처는 같은 날 공무원 징계 처분 등을 심사·결정하는 소청심사 절차를 손질한 소청절차규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공직사회 내부 권리구제 절차는 효율화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퇴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통제를 강화하는 양방향 정비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소청절차규정 개정에 따라 절차상 하자가 명백한 사건은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서면 심사만으로 무효 또는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인사혁신처는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불필요한 출석 부담과 심사 지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는 건축·건설 분야에 집중된 취업심사 강화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지, 또 현장의 인력 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개발 사업과 밀접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방지 취지는 분명하지만, 중견급 기술 인력의 이직과 재취업이 과도하게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맞서고 있다.
정부는 개정안 시행에 맞춰 취업심사 운영 지침을 정비하고, 관련 기관과 공직자 대상 안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역시 공직자윤리 제도 전반과 이해충돌 방지 장치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논의를 향후 회기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