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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간협, 통합돌봄 제도개편 촉구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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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와 요양, 돌봄을 아우르는 통합 입원서비스가 중증환자 돌봄 공백 해결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도입 9년째를 맞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놓고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며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 이후에도 현장에서 입원 기피가 반복되고 있어, 환자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인력 기준 재설계가 향후 의료체계 개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는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22일 협회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간호·요양·돌봄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통합돌봄 플랫폼을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정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여전히 건강보험 시범사업 신분에 머문 상황에서, 중증 입원환자 관리 공백과 병동 운영 부담이 겹치면서 현장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사적 간병인 없이 병원이 고용한 간호사와 간호지원 인력이 입원 환자를 24시간 전담하는 모델이다. 2016년 건강보험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병실 구조, 인력 배치, 수가 체계 등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왔다. 제도 도입 이전의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과 간병서비스 제도화 시범사업이 입원서비스 질 저하와 환자 비용 부담 논란으로 종료된 것과 달리, 통합서비스는 간호사 배치 수준 상향, 환자 안전사고 감소, 입원서비스 질 개선 등 정량·정성 지표에서 개선 효과를 보여 왔다는 평가가 의료계에서 제기된다.

 

정부는 제도 보완 차원에서 2024년 7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내에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새로 도입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관을 대상으로, 중증 수술 환자나 치매·섬망 환자 등 집중 관찰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존 통합병동보다 강화된 간호사 배치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사이, 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이동하는 과도기 단계 환자를 안정적으로 수용하는 완충지대 역할도 기대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 이후에도 통합서비스 병동이 중증환자 입원을 꺼리는 현상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환자 중증도에 비해 간호 인력 기준이 충분히 상향되지 못했고, 중증도에 따른 수가 설계와 인력 운영 구조가 정교하게 연동되지 않아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간호사들은 환자 1인당 관찰과 처치 시간이 크게 늘어난 반면, 지원 인력이나 업무 분담 체계는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근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호소를 내놓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짚고, 통합서비스를 병원 내 기본 입원모델로 정착시키기 위한 인력·수가·운영 기준 개편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토론회는 이수진, 남인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미애,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한다. 보건복지부도 공식 후원에 나서 제도 개선 논의에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형식이다.

 

발제는 두 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윤수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간호부실장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현황과 한계를 짚으며, 병원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인력 운용 문제와 중증 환자 관리상의 병목 요인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 신수진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환자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에 따른 간호사 배치 방안을 제시한다. 환자 상태를 계량화해 점수로 산정하고, 그에 맞춰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차등 조정하는 모델 등 해외 사례와 비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좌장은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맡는다.

 

지정토론에는 이해당사자와 정책 담당자가 폭넓게 참여한다. 김윤숙 대한간호협회 간호간병정책위원장이 간호계 입장에서 통합서비스의 본사업 전환 필요성과 중증환자 전담병실 제도 보완 방향을 제시한다. 노동계에서는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이 참여해 간호사 노동환경, 야간근무와 교대제, 이직률 문제를 통합서비스 제도와 연계해 분석할 예정이다. 병원계에서는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가 나서 병원 경영과 인력 수급 측면에서 제도 개선 요구 사항을 설명한다. 언론계에서는 장한서 세계일보 기자가 환자와 가족의 체감 경험, 지방과 수도권 간 서비스 격차 등을 짚는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김희영 사무관도 토론에 나서 정부가 준비 중인 정책 방향과 향후 로드맵을 공유할 계획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상주 문화와 사적 간병인 중심 구조를 병원 책임 돌봄 체계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료 전달체계 혁신과 맞물려 있다. 고령화로 입원환자 중 만성·복합질환자와 인지장애 환자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간호와 요양, 돌봄을 분절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안전사고와 재입원을 줄이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커지고 있다. 통합서비스 본사업 전환과 중증환자 전담병실 내실화는 결국 중증·만성질환자를 장기간 관리하는 정밀 케어 인프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의료계에서 제기된다.

 

다만 인력 기준 상향과 병동 구조 재설계에는 상당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통합서비스 확대 속도가 완만해질 수 있고, 지역 중소병원에서는 간호 인력 확보난이 제도 참여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간호 인력의 근무 환경 개선과 업무 분담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제도 확대가 곧바로 현장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더 이상 한시적 시범사업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간호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상시 본사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동시에 중증환자 돌봄 공백을 줄이고, 간호·요양·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의료계와 정책당국은 통합서비스가 한국형 입원 돌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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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간호간병통합서비스#중증환자전담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