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연속진료 플랫폼"…서울대병원, 지역협력으로 전달체계 고도화
디지털 기반 의뢰·회송 시스템이 대형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 사이 진료 연속성을 재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센터가 30년간 구축해 온 진료협력 플랫폼과 네트워크는 중증·희귀·응급환자를 상급종합병원에 집중 배치하고, 회복기 이후에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관리받는 구조를 현실화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연속진료 모델이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속에서 의료 IT 인프라와 결합해 지역기반 정밀의료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센터는 지난 25일 설립 30주년 간담회를 열고, 중증·희귀·응급 환자가 적정 의료기관에서 신속히 진료받을 수 있도록 구축해 온 의뢰·회송 체계의 발전 과정을 공유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 30년 동안 전국 의료기관과의 협력 기반을 넓히며, 환자가 입원과 외래, 회복기와 유지기 등 치료 단계별로 필요한 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는 연속진료 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아 왔다.

센터는 중증·급성기 환자의 진료의뢰를 조정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업무를 전담한다.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이 어떤 환자를 어느 시점에 맡을지 구분하는 분기점 역할을 수행해 온 셈이다. 기관의뢰, 입원·외래 회송,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의뢰·회송 전 단계를 총괄하면서,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시스템 SRS를 기반으로 필요한 진료정보를 신속하게 연계해 실제 협진이 작동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를 강화해 왔다.
SRS는 환자 의뢰와 회송, 진료 정보 공유를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설계돼 있다. 의뢰 의료기관은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기본 의무기록과 검사 결과, 진단 가설 등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송할 수 있고, 서울대병원은 중증도와 긴급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진료 일정을 조정한다. 치료 후 지역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돌려보낼 때도 필요한 소견서와 경과 요약, 추적검사 계획 등이 전산화된 형태로 전달돼, 종이서류와 전화 문의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보다 처리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센터는 외래·입원 회송 시스템 도입, 외래 회송 활성화 시범사업, SRS 고도화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의뢰·회송 절차를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중증환자 치료 이후 안정기 환자를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필요할 때 상급병원으로 재연계하는 진료 연속성 기반을 구축했다. 센터는 협력병원 간담회, 온라인 교육, 방문실사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병행해 지역 의료기관이 시스템 활용과 회송 기준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는 단순 IT 시스템을 넘어 프로세스와 인력 교육이 결합된 의료 전달체계 혁신 사례로도 거론된다.
협력 인프라 확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협력병원은 2003년 23개소에서 2024년 285개소로 증가했고, 협력의료기관은 같은 기간 1445개소에서 3250개소로 늘어 전국 단위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월평균 외래·입원 회송 건수는 2004년 224건에 불과했으나 2024년 7450건 수준으로 확대됐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고난도 수술이나 집중치료를 받은 뒤, 회복기와 유지기는 거주지 인근 의원과 병원에서 관리받는 구조가 데이터 상에서 분명히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이다. 이는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효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된다.
현장 의료진은 진료협력센터와 SRS 체계가 환자 흐름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본다. 한 협력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센터의 회송 체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면서 환자 연계가 과거보다 훨씬 신속하고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안정기 환자의 회송과 진료정보 공유가 원활해지면서,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연속진료를 제공하고 만성질환 관리와 재활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의료IT 시장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의뢰·회송 관리, 원격 모니터링을 연계한 통합 케어 플랫폼 경쟁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병원 그룹이 지역 클리닉과의 연동을 위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환자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높여 재입원률을 낮추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센터 모델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국내형 연속진료 플랫폼으로 주목받을 여지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의료데이터 표준화 수준,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의료기관 간 수가 체계, 정보보호 규제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환자 의무기록을 여러 기관이 공유하는 구조인 만큼, 개인정보 비식별화와 접근권한 관리, 데이터 보관 기간과 활용 범위를 둘러싼 규범 정비가 요구된다. 향후 SRS와 같은 진료협력 시스템이 유전체 정보, 웨어러블 디바이스 데이터, 원격 모니터링 결과 등과 연계될 경우, 데이터 처리와 활용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치헌 서울대병원 진료협력센터장은 지난 30년 동안 센터가 중증·희귀·응급환자의 적정진료 연계를 지원하며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연속진료 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 병·의원과의 협력을 강화해 환자가 치료 단계별로 필요한 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 전달체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 같은 디지털 연속진료 플랫폼이 실제로 전국 단위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