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돈 시세 0.4% 하락…위험자산 선호에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파르게 치솟던 금 시세가 12월 들어 숨 고르기에 나서며 약세로 돌아섰다.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과 차익실현 매물이 가격 조정을 이끌고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중기적인 반등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향후 환율과 미국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국내 금 시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3일 국내 금 1돈 시세는 748,500원을 기록했다. 전일 751,388원에서 2,888원 떨어진 것으로, 하락률은 0.4퍼센트다. 직전 1주일 평균 시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3,568원, 0.5퍼센트 높은 수준이고, 30일 평균보다도 20,235원, 2.8퍼센트 웃돌고 있다. 단기 조정 국면이지만 지난 한 달 흐름만 놓고 보면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분석]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차익실현 매물 출회…금값 숨 고르기 (금값시세)](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03/1764722971820_935733941.jpg)
국내와 국제 시세 간 온도 차도 눈에 띈다. 12월 3일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8원으로 전일 대비 1.2원 하락했다. 이 같은 환율 하락이 원화 환산 금값을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같은 시각 기준 국제 금시세 국내기준가는 745,601원으로 전일과 비교해 변동률 0.0퍼센트를 기록하며 보합세에 머물렀다. 국제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환율 요인과 국내 수급 요인 탓에 실물 시장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최근 7일 흐름을 보면 조정 양상이 더 분명해진다. 국내 금 1돈 시세는 11월 25일 739,875원 수준에서 출발해 12월 1일 753,300원까지 올라 단기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12월 2일부터 차익실현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회되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일까지의 최근 1년 최고가는 851,250원이었으며, 현재 시세는 이보다 102,750원, 12.1퍼센트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최저가인 421,875원과 비교하면 326,625원, 77.4퍼센트 높아 여전히 장기 상승 구간 안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정 배경에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5퍼센트 가까이 급등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단기적으로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금에 대한 매수세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현물 시장에서도 이익 실현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금값은 월요일에 6주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온스당 4,200달러 아래로 약 1퍼센트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한풀 꺾인 가운데 고점 인식이 강해지면서, 단기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 가격 조정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금의 중장기 추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부문은 11월까지 9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연방준비제도가 다가오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88퍼센트에서 89.1퍼센트 수준으로 높게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금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지는 만큼, 향후 금값 반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행보에 따라 금리와 환율, 위험자산 가격이 동시에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금 시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공격적인 완화 기조로 선회할 경우 금 가격이 다시 가파르게 오를 여지가 있는 반면,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경우에는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과 국내 실물 수급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환율 흐름과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동에도 민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무리한 추격 매도보다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시장 변동성을 지켜보며 포지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주 수요일 발표 예정인 11월 미국 ADP 민간고용 보고서와 금요일 공개될 개인소비지출 지수는 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들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더 커져 금값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위축될 여지도 있다.
국내 금 시장에서도 단기 시세 흐름보다는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과 경기 지표, 환율 추세를 함께 고려한 분산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은 물가와 경기 지표, 금융시장 변동성 등 주요 지표 흐름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