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산 가격 크게 하락할 수 있다”…연준 경고에 뉴욕증시, 기술주 급락과 변동성 확대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자산의 거품 논란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가격 경고가 겹치며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고, 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자산 고평가 우려가 충돌하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86.51포인트(0.84%) 내린 45,752.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3.40포인트(1.56%) 떨어진 6,538.76, 나스닥 종합지수는 486.18포인트(2.16%) 하락한 22,078.05로 마감했다. AI 및 반도체 대형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77% 급락해 기술주 전반에 대한 매도 압력이 집중됐음을 보여줬다.

장 초반 뉴욕증시는 엔비디아의 예상을 웃돈 실적과 9월 고용 지표 영향으로 강하게 출발했다. 나스닥지수는 한때 2.58%, S&P 500은 1.93%, 다우지수는 1.56%까지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4.4%로 집계됐고, 시장에서는 이 흐름이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했다고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뉴욕 시간 오후 3시 58분 기준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39.6%로 반영했다. 전날 30.1%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수치로, 단기적으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분명히 확대된 모습이다. 이 같은 기대는 개장 초반 위험자산 선호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지시각 기준 오전 11시께를 기점으로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AI 관련 자산 과열 논란이 다시 부각되며 기술주 중심의 투매가 발생했고, 상승세를 보이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반전했다. 여기에 연준 내부에서 자산가격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나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날 발언에서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언급했다. 쿡 이사는 또 “현재, 내 인상은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금융자산의 급락 위험을 직접 거론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자산시장 과열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만큼, 향후 통화정책과 규제 환경이 위험자산에 더 엄격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투자에 대한 수익성 검증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매트 말리 밀러 타박 수석 시장 전략가는 “AI가 정말 지금 주가에 내재한 만큼의 수익을 내줄지 시장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가 지금 쏟아붓는 AI 투자가 5년 뒤에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고, 그래서 일부는 차익을 실현해야겠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평가는 AI와 빅테크 주도 장세가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로스 세이모어 도이치방크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제시한 엔비디아 목표주가 215달러에 대해 “엔비디아가 향후 2년 동안 약 85% 매출이 증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약 23배의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 증가를 가정하더라도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구조적 성장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급증 역시 투자자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거론된다. 킴벌리 포리스트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그렇게 잘 팔린다면 정작 현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해석했다. 엔비디아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3분기 말인 10월 26일 기준 매출채권은 334억달러로, 지난 1월 26일 231억달러에서 약 45% 늘었다. 판매대금 미회수분이 크게 증가한 셈으로, 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신용공급 확대에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주요 지수는 장중 낙폭을 키웠다. 나스닥은 한때 2.31%까지, S&P 500은 1.63%, 다우는 0.89%까지 밀려 내려갔다. S&P 500 기준으로 이날 하루 고점 대비 2조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우와 나스닥의 경우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1,000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변동성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필수 소비재를 제외한 대부분이 약세를 기록했다. 필수 소비재 업종이 1.11% 상승하며 방어적 성격을 드러낸 반면, 기술 업종은 2.66% 하락했다. 임의소비재는 1.73%, 산업재는 1.70%, 소재는 1.62%,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에너지는 각각 1.07%씩 떨어져 1% 이상 일제히 밀렸다. 성장주와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대표 종목별로 보면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5% 넘게 급등했지만, 장 후반 매도세가 거세지며 결국 3.1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인텔은 4.24% 내렸고, 마이크론 테크널러지는 10.87% 급락했다. AMD도 7.87% 하락하는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암호화폐 관련주인 스트래티지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함께 5.02% 떨어졌다. 고위험 기술 및 디지털 자산 관련 종목이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필수 소비재를 취급하는 월마트는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6.46% 급등, 업종 내 강세를 이끌었다.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방어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장세가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2.76포인트(11.67%) 오른 26.42를 기록해 투자자 불안을 반영했다.
미국(USA) 증시의 급격한 심리 변화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리스크 자산 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준의 자산가격 평가와 AI 관련 고평가 논란, 그리고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뒤섞이며 방향성이 불확실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준 인사들의 추가 발언과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현금흐름 지표가 뉴욕증시 변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하에 나설지, 자산시장 과열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자금 흐름이 크게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뉴욕증시에서 포착된 기술주 조정과 변동성 확대가 일시적 숨 고르기에 그칠지, AI 거품 붕괴 신호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