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TSMC 공급 계약 수혜에 에스비비테크 15 상승…로봇부품 모멘텀 재점화

신민재 기자
입력

에스비비테크 주가가 TSMC향 반도체 베어링 공급 계약과 미국발 로봇 산업 육성 기대감이 겹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주 공시라는 뉴스 모멘텀에 힘입은 상승이지만, 글로벌 파운드리 레퍼런스 확보와 로봇 하드웨어 기술력 부각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적자 지속에 따른 리스크와 함께 향후 양산 성과가 주가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2월 8일 오후 기준 에스비비테크 381500 주가는 39,200원으로 전일 대비 15.63 상승했다. 장중 한때 41,95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에 근접한 고점을 기록해 52주 신고가 영역 재도전에 나섰다. 최근 6개월간 등락을 거치며 3만원대 안착을 시도해온 가운데, 이날 장기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는 등 기술적으론 추세 전환 신호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석] TSMC 공급계약에… 에스비비테크 로봇부품주 모멘텀 재부각
[분석] TSMC 공급계약에… 에스비비테크 로봇부품주 모멘텀 재부각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최근 공시된 15억원 규모 대만 TSMC향 반도체 베어링 공급 계약이다. 절대 금액은 크지 않지만, 글로벌 최상위 파운드리의 12인치 웨이퍼 공정 라인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는 점이 향후 추가 수주와 고객사 다변화 기대를 키우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수급 측면에선 단기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29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은 12월 5일 약 9,000주, 4일 약 60,000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개인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손바뀜이 활발했고, 명확한 수급 주체가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공시나 정책 뉴스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턴이 관찰됐다.

 

동종 업계인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 관련주와 비교하면 에스비비테크의 이날 상승률 15.63는 두드러진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약 2,482억원으로 코스닥 376위권에 위치한 중형주다. 상장주식수 633만주에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호재 발생 시 수급 쏠림이 강하게 나타나며 주가 탄력이 커지는 전형적인 구조로 평가된다. 적자 상태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산출되지 않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65배로, 업계 평균 수준이면서도 미래 성장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다.

 

기초 체력 지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며 적자 기조가 지속 중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약 마이너스 77 수준으로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돈다. 부채비율은 137.95로 관리 가능한 범위지만, 당좌비율이 77대로 100을 밑돌아 단기 유동성 관리가 요구된다. 시가총액 2,482억원 대비 실적 가시성이 낮은 상황에서 제한된 주식 수가 오히려 밸류에이션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포 공장에서 생산하는 12인치 웨이퍼 베어링 납품이 본격화되면서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9 늘었다. 같은 기간 베어링 부문 매출은 48 안팎 성장하며 외형 확대를 견인했다. 단순 테마성 급등이 아니라 전방 반도체 산업 수요 회복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익성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책 변수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2026년 로봇 산업 지원을 위한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로봇 부품주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로봇 산업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서 물리적 구동을 담당하는 하드웨어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감속기와 베어링 등 핵심 부품 기술을 보유한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는 구도다.

 

에스비비테크의 기술 로드맵도 중장기 모멘텀으로 꼽힌다. 회사는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충남 천안에 액추에이터 전용 공장을 구축하고 시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2026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등 고성장 분야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구동기 개발 협력 이력은 로봇 구동 모듈 기술이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이 같은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에스비비테크는 로봇 구동 핵심 부품인 하모닉 감속기와 반도체 공정용 베어링을 동시에 보유한 하이브리드 테마주로 분류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로봇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관심 축이 이동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회복 시그널에 민감한 매매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TSMC 공급 계약 공시는 로봇 테마 내 순환매가 아닌 개별 기업 펀더멘털 변화로 해석되며 강한 매수세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수익성과 성장성 간 괴리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같은 업종 내 일부 경쟁사가 이미 안정적인 흑자 구조와 대규모 양산 매출을 확보한 것과 달리, 에스비비테크는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기술 국산화와 신규 공장 투자에 따른 잠재 성장 폭은 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량 양산 안정화와 흑자 전환 속도에 따라 이러한 괴리가 해소될지 여부가 주가 탄력성을 가를 변수라고 보고 있다.

 

단기 주가 흐름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뉴스 모멘텀에 따른 급등 피로를 소화하는 조정 구간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3만5천원대 지지가 유지될 경우 추가 상승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조정 국면에서는 3만3천원선 이탈 여부가 리스크 관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전고점 41,950원 돌파 시에는 새로운 가격 레벨 형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 레벨이 실적보다는 수주 공시와 정책 기대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자 지속으로 인한 재무 부담, 로봇 테마 특유의 높은 변동성,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 등은 향후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와 로봇 하드웨어 수요, 천안 공장 가동률, 흑자 전환 시점이 맞물려 실적이 뒷받침될지에 따라 주가의 지속 가능성이 가려질 전망이다.

신민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에스비비테크#tsmc#레인보우로보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