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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동해 침몰 경비정, 국가가 인양해야"…정청래, 72정 대원 구출 촉구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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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책임 공방과 과거사 논쟁이 다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5년 전 강원도 동해에서 침몰한 해경 경비정 72정 사건을 재소환하며 국가 차원의 선체 인양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사 정권 시기 언론 통제와 은폐 의혹까지 거론되면서 파장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980년 1월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양경찰 경비정 72정 침몰 사고를 언급하며 "45년이 지났지만 배 안에 지금도 17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시 사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기했다. 그는 "45년 전 동해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비에 나선 9명의 해양 경찰, 8명의 의무 전투경찰 등 모두 17명의 대한민국 청년이 수심 108m 아래의 바닷속에 잠겨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 은폐 의혹도 정면으로 제기했다. 정 대표는 "이 이야기는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 쿠데타 직후 철저하게 언론 보도 통제로 은폐돼 있었다"고 지적하며 군사 정권 책임론을 꺼냈다. 당시 정권의 언론 통제가 구조 실패뿐 아니라 진상 규명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문제 제기다.

 

정 대표는 전날 방영된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거론하며 여론 환기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방송을 봤는데 참으로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이 72정 침몰 사고를 재조명하면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사건이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취지다.

 

정 대표는 국가 책임을 거듭 강조하며 인양 추진을 공식 약속했다. 그는 "45년간 숨죽이고 애타는 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분들이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양에 필요한 예산, 어떻게든 한 번 해보겠다"고 말해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관련 사업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해경 경비정 72정은 1980년 1월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동방 4.02㎞ 해상에서 200t급 해양경찰 경비함 207함과 충돌해 침몰했다. 당시 72정에 탑승했던 17명 전원이 순직했으며, 유가족들은 이후 진상조사와 선체 인양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

 

해양경찰청은 2019년 해당 해역 수색 과정에서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 예산 삭감 등 사유로 선체 인양 작업은 지연돼 현재까지 착수되지 못한 상태다. 예산과 우선순위 문제로 구조적 난항을 겪어 온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군사 정권 시기의 인권·책임 문제와 현 정부의 과거사 처리 기조가 맞물리며, 72정 인양 요구가 향후 정국 쟁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족 요구에 더해 여당과 야당의 예산 공방, 해양 안전 대책 논의와 연동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경비정 72정 인양 비용 반영 여부를 두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은 72정 사고 처리와 관련해 국가 책임 범위와 과거사 청산 방향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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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경비정72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