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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신속 출하 승인 유지…공급 공백 최소화 주목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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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해제되는 상황에서도 백신 공급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출하승인 규정을 손질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주요 백신에 대한 신속 출하승인을 상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구축된 신속 심사 체계를 평시 백신 공급 관리에 연계하는 셈이라 백신 산업과 예방접종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향후 계절성 재유행과 신규 변이 대응 과정에서 접종 일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28일 국가출하승인의약품 지정, 승인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신속 출하승인 대상에 코로나19 백신 등 신속한 공급이 필요한 의약품을 명시하고, 위기 단계 해제 이후에도 식약처장이 필요성을 인정한 백신에 대해 신속 절차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기존에는 방역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가동되던 신속 승인 체계를 제도화해 정기 예방접종 일정과 변이 대응용 백신 공급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가출하승인 제도는 백신과 혈장분획제제, 항독소, 보툴리눔 제제, 튜베르쿨린 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를 시중에 내놓기 전에 제조와 품질관리 자료를 검토하고 검정시험을 실시해 식약처장이 출하를 승인하도록 한 사전 통제 시스템이다. 제조사 자체 품질관리만으로는 공공보건 차원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국가가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하는 구조다. 희귀의약품은 공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특히 이번 개정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절차 개선도 함께 담고 있다. 국가필수의약품에 해당되지 않는 국가출하승인의약품 가운데 백신과 혈장분획제제를 제외한 품목에 대해서는 위해도 단계 재평가 이후 최초로 출하승인을 신청하는 제조단위를 반드시 검정하도록 했다. 일정 기간 문제 없이 유통된 품목이라도 위해도 평가를 다시 한 뒤 첫 제조분에 대한 시험을 거치도록 해 품질 변동 가능성을 보다 촘촘히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정 방식도 바뀐다. 그동안은 제조번호별로 순차적으로 검정 대상을 정해 사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앞으로는 국가출하승인 신청 제조번호 가운데 어떤 것이 검정 대상이 될지 제조사가 사전에 알 수 없도록 임의 선정 방식을 도입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모든 제조단위에 대해 동일 수준의 품질관리를 유지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는 구조지만, 규제 당국은 이를 통해 실제 상업 생산 단계에서의 관리 부실을 줄이고 품질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는 위기 상황 종료 이후 제기돼 온 공급 공백 우려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개정 고시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해제되더라도 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백신이 출하될 수 있도록 식약처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백신을 신속 출하승인 범위에 포함했다. 그동안 긴급사용승인, 신속 심사 등 팬데믹 특례에 의존해 오던 공급 구조가 제도권 안의 상시 규정으로 전환되는 흐름으로, 향후 국내에서 개발되는 변이 대응 백신이나 차세대 백신에도 적용될 여지가 열렸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방역 위기 대응 체계와 평시 예방접종 인프라를 잇는 다리 역할이 기대된다. 향후 코로나19가 계절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완전히 전환되더라도, 동절기 집중 접종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서는 매년 신속한 백신 공급이 요구된다. 제조단위별 국가출하승인 절차가 병목으로 작용할 경우 접종 일정이 흔들릴 수 있어, 정해진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행정 절차를 압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정은 글로벌 규제 환경과도 궤를 같이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규제 당국 역시 코로나19 백신을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과 유사한 주기 관리 체계로 편입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변이 구성 변경 시에도 플랫폼과 제조 공정이 동일하다면 간소화된 심사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해 왔다. 국내에서는 국가출하승인 제도가 존재해 정기 검정과 신속 출하 승인 간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식약처는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국가출하승인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예방접종 시기에 맞춘 코로나19 백신 등의 신속 출하승인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당국은 앞으로도 국가출하승인 제도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향후 실제 접종 현장에서 절차 간소화 효과와 품질관리 강화 대책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갈릴 것으로 보고, 기술과 제도, 공중보건 전략의 연계를 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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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코로나19백신#국가출하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