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한중 교류 확대…T1 특별전시, 글로벌 산업 위상 각인
e스포츠가 K-콘텐츠와 결합하며 디지털 문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기관이 주도한 T1 특별전시는 한 팀의 성과 전시를 넘어, e스포츠를 전략 산업이자 국가 브랜드 자산으로 재조명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한중 e스포츠 교류와 글로벌 시장 확장의 분기점 중 하나로 보는 분위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 1층 K-콘텐츠 체험전시관 SEEK에서 티원 특별전시를 운영했다고 21일 밝혔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최정상 실적을 쌓아온 SK텔레콤의 e스포츠팀 T1을 중국 내에서 공식 전시 형태로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공간은 T1이 2004년 창단한 이후 약 20년에 걸쳐 구축해온 성과와 기록을 시간 순으로 조명하는 구조로 기획됐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주요 선수들이 실제 사용한 유니폼과 장비가 전시됐고, 각 시즌의 우승 트로피, 대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관람객이 선수처럼 촬영을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도 함께 마련됐다. 관람객은 단순 관람을 넘어 경기 장면과 장비를 직접 체험하며 e스포츠 프로 리그의 구조와 팀 운영 방식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 기간과 맞물려 e스포츠의 상징격인 국제 대회도 열렸다. 국제 e스포츠 대회인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중국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지난 9일 T1은 이 대회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동시에 사상 첫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프로 e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더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가 전시의 상징성을 키우고, 현지 팬덤과 산업계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T1 사례는 e스포츠가 더 이상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 팬덤과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디지털 스포츠 산업임을 보여준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처럼 정기 시즌과 플레이오프 구조를 갖춘 리그 시스템은 미디어 중계, 스폰서십, 굿즈,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 복합적인 IT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동반한다. 이번 전시에서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과 장비 전시를 결합한 것은, e스포츠가 데이터 중심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라는 본질을 시각적으로 전달한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은 글로벌 최대 게임·e스포츠 시장 중 하나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모바일 게임, PC방 문화 등이 결합된 거대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열린 월즈와 연계된 이번 T1 전시는 한국 팀과 선수를 매개로 한중 e스포츠 팬층을 다시 결집시키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시관 SEEK가 K-팝과 드라마, 예능 등 기존 K-콘텐츠 체험과 연계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e스포츠가 음악·게임·영상이 융합된 디지털 K-콘텐츠 허브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중국 내에서 한국 디지털 콘텐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그동안 K-팝 커버댄스 대회, K-팝 응원봉 전시, K-예능 기획전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 밀착형 홍보를 이어왔다. 앞으로는 e스포츠 전시와 팬 이벤트, 선수와의 교류 프로그램 등을 결합해, 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산업·비즈니스 네트워크 확장까지 염두에 둔 프로그램을 검토할 여지도 있다.
김기헌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장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프로 e스포츠 리그를 창설하고 주요 국제대회를 석권하며 글로벌 산업을 선도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중국 청년세대와의 문화 교류를 넓히고, K-콘텐츠의 창의성과 영향력을 현지에 입증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T1 특별전시를 시작으로 e스포츠가 K-콘텐츠 외연 확장의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