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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하건이, 눈물 젖은 골목길”…깡통 줍는 소년의 굳은 약속→거북이 할머니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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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하건이, 눈물 젖은 골목길”…깡통 줍는 소년의 굳은 약속→거북이 할머니의 미소

배진호 기자
입력

낙엽이 깔린 반지하의 어둠을 뚫고, 열 살 소년 하건이는 오늘도 골목을 걷는다. 초등학교 4학년의 방학은 친구들과의 웃음보다는, 알루미늄 깡통을 찾아 담는 손끝의 땀방울로 물든다. 떠난 엄마를 대신해 늘 곁에 있던 이는 어디로든 지팡이를 먼저 내미는 할머니 분남 씨였다. 굳은 다리를 끌고 삶과 마주하는 그 모습은, 가난이 뒷모습에 앉아 있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두 사람의 일상을 드러냈다.  

 

하건이의 손길은 매일 저녁, 할머니의 아픈 다리를 찜질하며 멈추지 않는다. 약 하나, 치료 한 번 제때 들르지 못하는 생활은 때론 소년의 눈물을 유도했지만, 강황 가루가 섞인 물컵을 조심스럽게 올리는 그의 표정은 작은 기도 같았다. 거북이 걸음의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먹는 소박한 반찬 속엔, 깊은밤 한숨 대신 아주 작은 내일에 대한 바람이 우러났다.  

“깡통 소년과 거북이 할머니”…동행 하건이, 고단한 삶 속 소년의 의지→가족의 희망
“깡통 소년과 거북이 할머니”…동행 하건이, 고단한 삶 속 소년의 의지→가족의 희망

희망의 무게는 무더운 여름에도, 철 지난 겨울에도 좀처럼 줄지 않았다. 할머니는 손자의 만류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깡통을 주운다. 온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거북이’라 부르지만, 아픈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짧고 느리게 걷는 발걸음엔 오래된 슬픔이 겹쳐져 있다. 대장암을 버텼던 아들은 다시 또 전립선암 3기 진단에 맞서며, 병원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나날이 계속된다. 삶의 무게는 점점 짙어져도, 둘을 잇는 믿음은 오히려 단단해진다.  

 

하건이 역시 거리에서 깡통을 줍던 할머니가 부끄러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친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소년은 고개를 들고 할머니 곁에 더욱 가까이 섰다. 형편상 서점에서 문제집을 펼쳤다 다시 덮고, 집에서 노트에 수학을 적으며 영재 교육 제안을 받기도 하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건, 반드시 ‘의사’가 돼 할머니와 아버지의 아픈 곳을 고치고픈 꿈이었다. 가족이 단 하루만 더 곁에서 버텨 주기를, 소년은 내일을 향해 작은 희망을 쌓아간다.  

 

지친 골목 끝, 낡은 집과 아픈 가족의 마음을 단단히 묶은 사랑이 있다. KBS 1TV ‘동행’은 하건이와 분남 씨 가족이 서로에게 우산이 되는 시간을 다정하게 기록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25년 8월 30일 토요일 저녁 6시에 ‘동행’을 통해 시청자를 찾는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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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건이#동행#분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