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으로 인사 청탁 논란"…문진석·김남국 파문에 대통령실도 민주당도 선긋기
인사 청탁 문자 메시지를 둘러싸고 여야와 대통령실이 한가운데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과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서 오간 휴대전화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인사 전횡 의혹, 공직 기강 논란, 여야 공방이 한꺼번에 격돌하는 양상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 도중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 메시지로 같은 대학 출신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장면은 본회의장 취재 과정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화면에 잡힌 문자 내용에 따르면 문 수석부대표는 특정 인사를 협회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비서관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거론하며 답장을 보냈다. 김 비서관은 문 수석부대표의 요청에 대해 "훈식이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적었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다.
대통령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엄중 경고' 조치를 했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다만 공지에서는 해당 직원이 누구인지, 구체적 인사 조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두 사람 간의 대화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통령실이 관여하는 사안도 아닌데, 거기에 내부 직원이 사적 대답을 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인선이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하는 인사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부 직원의 대응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부정적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우 부적절하다고 하는 것에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도 그런 수준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문 수석부대표를 향해 일정 수준의 책임론을 전제한 셈이다.
향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보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와의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청래 대표와는 논의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 수석) 본인 사과와 의사 표명 의지, 원내대표의 의견 등 종합적 요소가 있다. 의사 표명이 우선"이라고 말해, 문 수석부대표의 직접 해명과 사과 여부에 따라 당 차원의 추가 대응 수위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즉각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대통령실 인사 라인의 실세로 거론돼온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정조준하며 '만사현지' 프레임까지 가세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 곳곳에서 '김현지를 통하면 다 된다'는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적나라하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그토록 민주당이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온몸으로 막아섰는지 이번 사건이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권 남용 의혹도 제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임명직이 아닌 민간협회 회장직까지 김 실장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적 청탁이자 직권 남용으로 범죄 행위"라며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한 중대한 국정농단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여권 핵심을 향해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여권의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최은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집권 여당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비서관이 협회장 인사 청탁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즉각 해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비서관의 즉각 사퇴와 문 수석부대표의 공개 해명을 촉구했다.
원내 라인에서도 같은 톤의 비판이 나왔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자 한 통으로 인사 청탁, 실세는 현지 누나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로 수사를 통해 전 과정과 관련자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대통령실을 겨냥해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대통령실은 내부 직원에 대한 '엄중 경고'를 통해 공직 기강 문제로 선을 긋고, 민주당은 '매우 부적절'이라는 자성 기조를 드러내면서도 당사자 해명을 우선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축으로 한 이른바 '실세 인사'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며 특검과 수사까지 요구하고 있어 정국 공방은 한동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문진석 수석부대표의 공식 사과와 거취, 김남국 비서관에 대한 추가 인사 조치,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국회 출석 요구 여부가 2차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는 문자 인사 청탁 파장을 계기로 대통령실 인사 개입 범위와 공직 윤리 기준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