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예산 삭감 안 돼”…민주당·국민의힘, 내년도 예산안 소소위에서 정면 충돌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소소위를 가동해 막판 심사에 들어가면서, 이재명 정부의 핵심 사업 예산을 지키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국민의힘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이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예결위는 24일부터 예산소위 내 소소위를 가동해 그동안 예산소위에서 여야 이견으로 보류된 쟁점 사업에 대한 최종 조율에 착수한다. 소소위에는 한병도 예결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소영 의원, 국민의힘 간사 박형수 의원, 기획재정부 2차관 등 주요 인사가 참여해 세부 항목별 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여야는 그동안 예산소위를 통해 정부가 제출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1천211억원을 감액하고 196억원을 증액해 1천15억원 순감하는 조정을 마쳤다. 그러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국민성장펀드, 인공지능 관련 예산 등 핵심 사업들을 둘러싼 이견이 커 상당수 예산이 ‘무더기 보류’된 상태다.
쟁점의 중심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국정과제가 서 있다. 1조원 규모로 편성된 국민성장펀드는 더불어민주당이 증액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또 AI혁신펀드와 공공AX(AI 대전환) 사업(각 1천억원 규모)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중복 편성”을 이유로 대폭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1조1천500억원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 1천703억원도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두 사업 모두 이재명 대통령표로 분류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필수 예산”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선심성·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며 삭감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뒷받침하는 국립대학 육성사업 역시 쟁점이다.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8세에서 만 9세로 확대하고, 비수도권 및 인구감소지역에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사업도 여야 이견으로 소위 단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통령실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각종 위기 상황에 대비한 예비비 예산도 뜨거운 논쟁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안정적인 행정 운영을 위해 정부 원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야당이던 민주당이 특수활동비와 예비비를 대폭 삭감해 놓고 집권 후 다시 늘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이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소소위 단계에서 속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야당이 모든 부처에서 AI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달려들고, 지역사랑상품권처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는 전부 삭감하자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위 단계에서는 야당 의견도 받아주면서 보류로 처리했지만, 소소위 단계부터는 원칙대로 당 기조대로 따박따박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 삭감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이재명 정부의 불공정한 예산 심의 행태를 바로잡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심의를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특히 국민성장펀드, AI 관련 예산,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전략 삭감 대상’으로 규정하며 예산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당 계획에 따르면 27일까지 소소위 논의를 마무리하고 28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 뒤, 12월 2일까지 본회의 처리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이다.
한병도 예결위원장은 통화에서 “이번에는 법정시한 내에 반드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대 여당이 일정을 설계한 만큼, 야당이 끝까지 문제 삼을 경우 표결 처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법정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소소위를 매개로 여야가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산안이 정기국회 내 처리될 수 있을지, 주요 쟁점 예산이 어떤 형태로 조정될지에 따라 향후 정국 구도와 내년 국정 운영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