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혈액 주사로 어깨치료”…연세사랑병원, PRP 신의료기술 신청
자가혈소판풍부혈장 주사치료가 어깨 회전근개건병증 환자를 겨냥한 신의료기술 평가 문을 두드렸다. 기존에 상과염과 무릎 골관절염, 회전근개봉합술 중 주입 등 제한된 적응증에서 활용되던 PRP가 수술 전 단계의 퇴행성 어깨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 정형외과 재생치료 분야의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가 결과가 국내 PRP 치료 가이드라인 재정립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은 회전근개건병증 치료를 위한 자가 혈소판 풍부혈장 주사치료를 최근 신의료기술로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평가 대상은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퇴행성 회전근개건병증 환자로, 회전근개 건병증과 건증, 건염, 부분파열, 어깨충돌증후군 등이 포함된다.

회전근개건병증은 어깨를 감싸는 힘줄 다발인 회전근개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해 통증과 운동 제한을 유발하는 대표적 어깨 질환이다. 단순 염증 단계인 건염부터 힘줄의 구조적 변성이 동반된 건증, 부분파열, 견봉과 힘줄이 부딪히는 어깨충돌증후군에 이르기까지 병변 스펙트럼이 넓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기존 주사치료 등으로 관리하지만 병이 진행돼 파열이 커지면 수술이 필요해지고 일상생활 제한이 심해질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신청한 PRP 주사치료는 환자 본인의 혈액을 소량 채취한 뒤 원심분리 장비를 통해 혈소판을 고농도로 농축하고,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이 풍부한 혈장을 병변 조직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혈소판이 분비하는 여러 재생 관련 단백질이 조직 회복과 염증 조절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종의 자가 재생 촉진 주사로 활용된다.
이번 기술은 회전근개건 내 또는 견봉하 관절, 관절와상완골 관절 내에 PRP를 직접 주입해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을 노린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스테로이드 주사와 비교할 때, 강력한 소염 효과 대신 조직 재생과 미세손상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점이 차이점으로 꼽힌다. 자가 혈액을 활용해 면역학적 거부 반응이나 알레르기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된다.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테니스엘보로 불리는 상과염, 퇴행성 무릎 골관절염, 인대 손상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대상으로 PRP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축적돼 왔다. 일부 연구에서 통증 지표와 기능 점수 개선이 보고되면서, 재활과 스포츠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회전근개건병증에서도 통증 감소와 어깨 가동범위 회복 등 임상적 유용성을 시사하는 데이터가 국내외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신의료기술로 고시된 정형외과 PRP 적용 범위는 아직 제한적이다. 주로 상과염, 무릎 골관절염, 회전근개봉합술 중 주입 등 특정 상황으로만 인정돼, 그 외 적응증은 비급여 영역에서 병원별 경험과 환자 부담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근거 기반 적응증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세사랑병원은 수술 전 단계 퇴행성 회전근개건병증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신의료기술 신청을 통해 객관적인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규제 체계 안에서 검증받겠다는 계획이다. 평가가 통과될 경우 향후 건강보험 등재 논의와 임상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어깨 질환 환자의 치료 선택지 다변화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국내외적으로는 자가 세포나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치료기술이 정형외과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PRP뿐 아니라 줄기세포 기반 주사, 세포외소포체를 활용한 재생치료 연구도 병행되고 있어, 어깨와 무릎 등 관절 질환에 대한 비수술 옵션이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각 기술마다 제조 방식과 농도, 투여 부위에 따른 결과 편차가 커, 규제당국은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장기 추적 데이터 확보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고 있다.
국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 행위를 대상으로 과학적 근거를 검토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특히 재생의학과 같은 신흥 분야에서는 기술 채택 속도와 보험 재정 안정성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회전근개건병증용 PRP 치료 역시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공적 의료 체계 안에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병원장은 회전근개건병증이 수술 필요 단계 이전에도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임상 경험과 연구 근거를 바탕으로 수술 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제도권에서 검증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앞으로 진행될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과 결과에 따라 어깨 재생치료 시장의 구도가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며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