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데이터로 ESG 실천…일동제약, 디지털 헬스 기부 확산
스마트폰 기반 걸음 수 데이터가 ESG 경영 수단이자 디지털 헬스 사회공헌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이 임직원 대상 만보기 앱 연동 캠페인을 진행해 목표치인 1억 걸음을 넘어선 1억2700만 걸음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 저감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계량화해 공개했다. 데이터로 측정 가능한 건강 활동을 기부와 연결한 사례로, 제약사가 디지털 헬스와 ESG를 결합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걸음 기부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룹은 아동 학대 예방의 날에 맞춰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동안 임직원 참여형 1억 보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등 주요 계열사 구성원이 스마트폰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걸음 데이터를 적립하는 방식이다. 그룹은 누적 합산 1억2700만 보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수집한 개인 활동 데이터를 ESG 목적에 결합한 구조다.

회사 측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신체 활동 데이터가 건강 지표를 넘어 환경 효과 측정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걸음 수를 이동 수단 전환 효과와 연계해 분석한 결과, 소나무 1760여 그루 식재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 1만1622킬로그램 저감과 1만7780킬로와트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제약사가 건강 증진 활동에 탄소 배출 계량 모델을 접목해 수치화한 사례로, 디지털 헬스 데이터의 다목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걸음 수 기반 기부 모델은 웨어러블과 모바일 헬스 앱 확산과 맞물려 확장성이 크다. 개인은 일상적인 걷기만으로도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업은 복지와 ESG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건강 증진 이미지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부각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걸음뿐 아니라 심박, 수면, 혈당 등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가 비의료 영역 기부 모델과 연동될 여지도 있다.
일동제약그룹은 목표 달성에 따라 사전 계획대로 소외 계층 아동 지원에 나섰다. 지난 20일 글로벌 아동 권리 비정부기구 굿네이버스에 후원금 2천만 원을 전달했다. 재원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급여 일부를 공제해 조성하는 임직원 사회 공헌 기금 1천만 원에, 회사가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을 통해 동일 금액을 더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디지털 캠페인 데이터를 후원금 지급 조건과 연계한 구조로, 데이터 기반 인센티브형 기부 모델에 가깝다.
국내외에서는 걸음 수와 같은 활동 데이터를 보험료 할인, 리워드 지급 등 인센티브와 연결하는 디지털 헬스 서비스가 늘고 있다.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걸음 데이터와 심박수 등 웨어러블 정보를 활용해 건강관리 프로그램 참여도와 위험도를 평가하는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플랫폼 기업도 걸음 수를 포인트나 기부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동제약그룹과 같은 제약사의 참여는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 흐름에 본격 합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디지털 헬스 기반 사회공헌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규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걸음 수는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데이터에 속하지만, 건강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심박, 체중, 질병 정보 등과 결합될 경우 민감 정보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의료법, 생명윤리 관련 규제가 중첩되는 영역으로, 제약사와 플랫폼 사업자는 데이터 최소 수집, 익명화, 목적 외 이용 금지 등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가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제약사가 디지털 헬스 데이터 활용 경험을 ESG 활동에서 먼저 쌓는 흐름도 주목한다. 걸음 수 기부처럼 비교적 규제가 덜한 영역에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인센티브 설계 노하우를 확보한 뒤, 이를 향후 환자 순응도 관리, 임상시험 보조, 생활습관 기반 질환 관리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 데이터와 결합하는 단계에서는 식약처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허가와 복지부의 원격의료 규제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동제약그룹 임직원들은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걷기를 통해 건강 증진과 에너지 절감, 이웃 사랑을 동시에 실천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임직원 참여형 디지털 헬스 기반 사회공헌을 확대하고, ESG 문화 정착과 확산에 계속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향후 제약·바이오 기업의 디지털 헬스 전략과 ESG 경영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