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CP AAA 7년째…한미약품, 준법경영 체질화 주목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최장기간 최고 등급을 유지하며 준법경영 선도 기업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평가에서 7년 연속 AAA 등급을 확보한 이번 성과는 제약사가 연구개발과 영업 중심의 성장 전략과 더불어 내부 통제와 윤리경영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 규제와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기준 강화 흐름 속에서 한미약품의 행보가 국내 제약사 전반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주최 2025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우수기업 평가증 수여식 및 포럼에서 CP 등급 AAA 평가증을 공식 수여 받았다. 공정위가 부여하는 CP 평가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AAA는 최고 등급이다. 한미약품은 2020년 처음 AAA를 획득한 이후 이번 평가로 2027년까지 7년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한미약품의 CP 도입 시점은 2007년으로,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최초 사례였다. 당시만 해도 제약 영업 관행 개선과 리베이트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과도기였다. 한미약품은 이때부터 영업·마케팅, 연구개발, 임상, 구매 등 전 사업 영역에 공정거래 법규와 내부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회사 측은 이번 AAA 유지가 단발성 평가 대응이 아니라 10년 이상 축적된 시스템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CP는 기업이 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등 관련 법규를 스스로 준수하기 위해 갖추는 내부 준법경영 시스템을 뜻한다. 공정위는 운영방침, 최고경영진의 지원, 교육훈련, 사전감시체계, 제재 및 인센티브, 효과성 평가, 문서화 수준 등 7개 항목을 정량·정성으로 종합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다. 특히 한미약품은 리스크 기반 사전 점검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임직원별 법규 이해 수준을 정기적으로 진단하는 방식으로 평가 항목 전반의 점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여식 이후 진행된 모범사례 발표 세션에서 한미약품은 자사의 CP 운영 전략과 주요 성과를 공유했다. 발표에서는 최고경영진 직속 준법 조직을 중심으로 한 톤오브더톱 체계, 교육 이수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내부 시스템,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기 컴플라이언스 리뷰 등이 핵심 사례로 소개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가 제약 분야 특유의 영업·마케팅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약품은 CP 평가 AAA 유지와 별도로 17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2025년 CP 우수 시상식을 열고 내부 준법 문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CP High level test 달성자, CP 최우수지역 및 우수파트, ISO 우수그룹, ISO 우수 내부심사원 등 4개 부문에서 총 14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대상자는 CP 제도 운영 실적, 자율준수 활동 기여도,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관련 역량 등 복수 지표를 통해 평가됐고, 우수자에게는 상금과 부서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됐다.
제약업계 특성상 영업조직과 의료기관 간 접점이 많고 마케팅 활동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정거래·부패방지 리스크가 상시 존재한다. 특히 해외 진출 비중이 커질수록 각 국가별 공정거래 규제, 해외부패방지법, 약가 규제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CP와 ISO 기반 준법시스템은 매출 확대와 직결되는 요소라기보다 리스크 차단과 신뢰 확보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여겨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AAA 등급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파트너십, 기술수출, 공동연구 계약 등에서 신뢰도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다국적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표준화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정거래·반부패 규제 위반 시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훼손과 파이프라인 사업 중단 등 파급효과가 크다. 국내에서도 리베이트 적발, 리콜 정보 은폐 등 사례를 계기로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공정위 CP 등급은 단순한 인증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수 CP 기업에 대해 과징금 감경, 조사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율준수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영업 데이터, 임상 데이터, 공급망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 흐름이 복잡해지는 만큼, 향후 CP 평가에서도 데이터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디지털화 수준이 비중 있게 반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약품은 이번 AAA 등급 유지와 우수자 시상식을 계기로 CP 제도를 더욱 내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전사 임직원이 참여하는 준법 경영 활동을 확대하고, CP와 ISO 기반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연계해 글로벌 수준의 윤리·컴플라이언스 스탠더드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7년 연속 AAA 달성이 공정거래 법규 준수와 윤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회사의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하며, CP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업계의 모범을 넘어 글로벌 윤리경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한미약품의 행보가 국내 제약사의 준법경영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