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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재택간호 모델"…간호협회, 통합돌봄 대응 전략 논의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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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체계에서 간호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한국형 재택간호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국회에서 열린다.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급속한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응해 방문간호와 재택기반 의료·요양·돌봄 서비스의 연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정책·현장 논의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간호계는 이번 논의가 통합돌봄 제도의 실제 작동 방식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어기구 의원, 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간사 김미애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하는 간호·요양·돌봄 통합체계 구축을 위한 방문간호 국제 심포지엄이 1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고 9일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며 간호사, 학계 연구자, 정책입안자 등 약 500명이 참석해 제도 설계와 현장 운영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지역사회 돌봄 수요와 의료비 부담을 동시에 키우는 상황에서, 방문간호를 축으로 한 재택 기반 통합 서비스 모델을 사전에 정교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의료, 돌봄, 요양, 주거, 복지 서비스를 한 번에 연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으로, 실제 현장에서는 방문간호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다직종 팀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케어 플랜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좌장은 정형선 국민의료복지연구원 원장이 맡는다. 정 원장은 초고령사회 전환에 맞춰 간호와 요양, 돌봄의 역할 분담과 연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특히 재택 환경을 중심으로 한 통합 서비스 체계를 어디까지 의료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할지에 대한 토론을 이끌 예정이다.

 

발제는 세 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먼저 다무라 야요히 일본방문간호재단 이사장이 초고령사회가 되는 2040년을 향한 방문간호의 비전과 지역포괄케어의 핵심 원리를 소개한다. 일본은 의료기관과 지자체, 방문간호 스테이션이 연계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통해 의료·요양·생활 지원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며, 재택에서 말기 환자와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방문간호 네트워크가 제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국은 이 사례에서 재택 중심 케어의 범위 설정, 재정 구조, 정보 연계 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지원정책개발센터장은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시범사업과 정책 실험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법 시행에 앞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상세히 짚는다. 특히 방문간호 서비스에 대한 수가 체계, 책임 주체 설정,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자체 예산이 교차하는 재정 구조 설계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법 시행 후 실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상자 선정 기준과 서비스 제공 범위, 데이터 연계 방식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될 전망이다.

 

세 번째 발제는 황라일 신한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맡아 통합돌봄체계의 중심으로서 재택간호센터 모형을 제시한다. 재택간호센터는 지역별로 설치돼 방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약사 등이 팀을 구성하고, 정보시스템을 통해 대상자 건강정보와 돌봄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모델이다. 병원 중심의 단기 진료에서 벗어나, 재택에서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낙상·입원 등을 예방해 의료비를 줄이는 구조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헬스 기기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계하면, 방문 횟수를 최적화하면서도 고위험군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될 전망이다.

 

발제 이후에는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져 현장 간호사와 요양기관, 지자체 담당자 등이 겪는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요구가 직접 공유된다. 방문간호 인력 수급 문제, 근무 환경과 보상 체계, 정보시스템 표준화, 의료와 비의료 서비스 간 업무 경계 설정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의료법과 장기요양보험법, 돌봄통합지원법 간 역할 정의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법제 정비 방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모델과 연계된 재택간호 체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유럽의 가정간호 서비스, 미국의 방문간호와 홈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모두 고령 환자를 병원 밖에서 관리하며 입원과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헬스 기술과 전자의무기록 연계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리를 갖춘 만큼, 재택간호센터를 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설계하면 의료와 돌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국제 심포지엄을 초고령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간호계의 비전과 실행 전략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으로 규정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와 요양, 돌봄을 연결하는 재택간호의 역할이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크게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법 시행 이전에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과 인력·수가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논의가 통합돌봄 제도의 실제 현장 안착 여부를 가를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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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돌봄통합지원법#재택간호